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 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김용택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문 강을 이름 붙이려 함 (0) | 2005.09.07 |
---|---|
그리움 견디는 힘으로 (0) | 2005.09.06 |
사랑하는 사람에게 (0) | 2005.08.29 |
가을엔 꽃처럼... (0) | 2005.08.27 |
상사화 (0) | 2005.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