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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노트

by 류.. 2005. 8. 24.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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