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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들길에서

by 류.. 2005. 8. 4.

 

 


그 어느 곳에 먼 노을을
즐기지 않을 이 있으리
그 어느 곳에 늦은 깨달음을
용서하지 않을 이 있으리

수많은 방황 끝에 경건한 제사에 도착한
내 젊음의 약한 시선도 탓하지 않으리

조용히 불 꺼져가는 저녁 무렵
누구도 이 말없는 애태움을
그리워하지 않을 이 있으리

그리고 마침내 남은 육신이
밤에 멀리 혼자일 때
나는 나를 지켜준 모닥불의 온기를
이 들길에 고이 묻고 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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