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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밤

by 류.. 2005. 6. 26.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찾아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그렇게 말 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 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에 애타게 물 한 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이 그리운 밤이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리며
나무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 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을 향한 마음은
내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언제쯤 온 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시렵니까
서로 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언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 되어 만나렵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누우면
살에 닿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백 예순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 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 오십니다




  Sam Cooke - Teenage So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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