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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by 류.. 2005. 6. 14.

 

내 기억의 풍경은 옛집이었다
그 옛집의 마당 펼치는 순간
허공에 던져놓은 둥근 멍석처럼
새떼들이 까맣게 날아올랐다

그 옛집 마당 잃어버렸던 새들
거미줄에 친친 걸린 것처럼
내 기억 속에서 얼마나 파닥였을까
 
어느 가을날
내 기억 속의 새들이 날아간 뒤
새들을 널기멍석처럼 놓아먹인
너른 마당이 있던
그 옛집에 가보았더니
옛집 보이지 않고
 
분명 이곳이라고
네댓 그루의 대추나무 감나무가 말하는 것인데도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은
아주 낯익은 새들 앉혀놓고 말하는 것인데도
마당도 옛집도 보이지 않고
 

오래 전 내가 옛집 뜰 때
나와 같이 새들도 뜨면서
내 기억 속으로 떠메고 갔던 그 옛집
풀 동산 무성한 이곳에 와서는 기억해내네
금방이라도 마당으로 내려앉을 것처럼
저 감나무 대추나무에 새들이 앉아 있는 이곳에 와서는



 최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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