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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엽서

by 류.. 2005. 6. 11.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나 그믐밤에는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 장

그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 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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