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이 살다 보면 모든 게 다 서러울 때가 있는 거지.
더러는 없다는 것이 고마울 때도 있을까
갈매빛 산이 수묵으로 바뀌고
-
그 속에 깃들여 살던 것들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지고 없는 날
맘속에 우렁우렁 산이 울어
온종일 오락가락 싸락눈 뿌릴 때 있지.
없이 산다는 것이 가끔은
가벼울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또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러가야 할까.
가고는 기별 않는 산 아래 누군가를 묻고 나면
없다는 것의 허전함에 베여 글썽일 때도 있겠지.
해지게* 바라보며 처마 끝에 걸려 있는
허공의 저 풍경처럼
더러는 한 세상, 있는 듯 없는 듯 넘어 갈 순 없을까.
김재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