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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景

강화, 장화리 일몰

by 류.. 2004. 11. 1.

                                                                                                                                                                                                   강화, 장화리 일몰

 

 

      당신과 이별하고 내 마음이
      당신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지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는 강화도로 향하면서
      나는 강화도에서 살던 친구가 일러준
      바다로 향하는 코스와 시간에 맞춰 출발을 했습니다.
      전등사를 지나 함허동천을 지나 오른쪽으로
      꼭 그냥 지나칠 것만 같은 작은 다리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건너가다 보면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그 비포장 도로의 산길을 한참 가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의 시간, 산으로 갇혀 있던 길의 커브 길을 돌면
      갑자기 왼편으로 확 트이는 개펄이 펼쳐지면서 그 아래로 떨어지는
      저녁 해는 강화도 비경 중의 하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던 그 친구의 말을 외며
      정말로 커브 길에 이르러 펼쳐진 개펄과 바다를 보았을 때
      이미 태양은 바다가 꿀꺽 삼켜 버린 후였습니다

      어슴푸레 남은 석양의 잔영이 가까스로
      바다와 개펄을 잿빛으로 비추고 있었고
      개펄 중간쯤 처박힌 배 한 척이 쓸쓸한 풍경처럼 남아 있는
      스산한 겨울 저녁이었습니다
      그렇지요 언제나 내 사랑도
      그렇게 늦거나 사라져 버린 후였으니까요
      그랬지요 씁쓸히 그 바닷가를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면서
      짠 바닷바람도 비린 안주도 모두
      쓰린 사랑의 맛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이 지는 자리는 서해가 가장 어울립니다
      태양이 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술이 취해 어느 민박집에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 권대웅 시인의  '사랑이 지는 자리' 중에서

       




                    Chris de Burgh- Here is your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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