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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솔나리

by 류.. 2024. 7. 28.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무심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으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가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올라
        물줄기에 쓸려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 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 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 틈에서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 도종환시인의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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