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팎을 끌고 당겨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능소화
금간 담장에 걸터앉아 갈라진 틈을 봉합하고 있다
한때 저 담장의 몸이었던 적 있었다
삶과 소통하지 못하고 벽으로 서서
근심으로 금 그어지던 몸
견딘 것들과 견뎌야할 것들 사이
살아온 방식과 살아갈 방식 사이
바람직한 세계와 나 사이
느끼지 못한 틈새의 거리지만 비애 쪽으로 넘어지다
간절함으로 곧추세우며 놓았다 붙잡은
생사(生死) 거리만큼의 틈으로 금 그어졌다
나를 꿈꾸게 하는 것은 저 꽃이었다
어슬녘에 걸터앉아 한 송이 피워 열 송이 피워
수백 송이로 담장과 하나 되어 경계를 지우는 능소화
구름도 연연하던 시간을 포용하며
풍경을 아우르고 있다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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