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현실을 올라가면
그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의 숨결과 그림자와 눈물을 사랑한다
눈 날리는 하늘가에서 아이들이 방방 뛰놀듯이
나는 그사람의 마당과 지붕과 하늘을 거닐고 있다
메마른 골목을 쭈욱 따라가면
그곳에서 따뜻한 밥을 지어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반찬과 밥을 숟가락질 한다
어둠이 내려와 서성거리는 하늘밑 집,
그 집 방의 이불 속에 내 귀와 마음을 숨기고
그 사람에게 내 첫정을 아뢰고 싶다
눈 내린 가파른 현실을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엎어져 첫눈을 원망도 했다
그러나 첫눈에 많은 설레임을 앓으며
가끔 냉대한 길가에 주저앉고 싶기도 하고
미끄럼 타고 세상 저 밑으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하늘밑 그 집에서 잠 자는 그 사람이 그리웠다
나는 그 사람의 새하얀 눈물이 보고 싶다
세상의 눈물을 닦아주며, 우는
그 사람의 새하얀 살결 위에서 나는 잠들고 싶다
-이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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