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잊혀진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떠오르거나, 길을 걷다가
스치는 버스 안에 잠시 비친
어떤 얼굴이 꼭 그 사람 같기도 하다
한때는 행복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혹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한마디 고백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인연이 아니겠지 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 속에서 안개처럼 늘 피어나는 얼굴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미 바뀌어버린 전화번호를
낡은 수첩에서 찾아보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 차라리 잊혀졌으면 싶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지난 세월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적어도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몇 마디 정도는 하고 싶다
그대 살다가 나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하여도
그대 떠난 그 자리에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 속에 서서
오랫동안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리라
그리고도 그대가 피운 꽃이 시들지 않고
그대 가슴에 별이 뜨는 강물이 마르지 않을 때
나는 그제서야 내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겠다
비가 오고 혹은 눈이 오는 날
어쩌다 그대의 사랑이 그대를 모른다 하여
그대의 가슴 속에 빈집만이 남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창문이 흔들리는
외로움에 못견디어 그대가 돌아온다면
그대가 나에게로 온 그 자리에 나는 가고 없어도
사랑의 그리움은 고스란히 남아
그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리라
그때 그대는 기억하리라
그대가 잊어버린 나의 이름을,
그리고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이
내 삶의 겹겹에 쓰러진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리라
황인철
Fritz Wunderlich; "Ständ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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