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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서 조용함에 관하여

by 류.. 2020. 9. 10.

 

 

옛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잊혀진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떠오르거나, 길을 걷다가
스치는 버스 안에 잠시 비친
어떤 얼굴이 꼭 그 사람 같기도 하다


한때는 행복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다.
혹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한마디 고백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인연이 아니겠지 하고 잊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 속에서 안개처럼 늘 피어나는 얼굴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미 바뀌어버린 전화번호를
낡은 수첩에서 찾아보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 차라리 잊혀졌으면 싶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지난 세월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적어도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몇 마디 정도는 하고 싶다
그대 살다가 나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하여도
그대 떠난 그 자리에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 속에 서서
오랫동안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리라

그리고도 그대가 피운 꽃이 시들지 않고
그대 가슴에 별이 뜨는 강물이 마르지 않을 때
나는 그제서야 내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겠다


비가 오고 혹은 눈이 오는 날
어쩌다 그대의 사랑이 그대를 모른다 하여
그대의 가슴 속에 빈집만이 남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창문이 흔들리는
외로움에 못견디어 그대가 돌아온다면

그대가 나에게로 온 그 자리에 나는 가고 없어도
사랑의 그리움은 고스란히 남아
그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리라


그때 그대는 기억하리라
그대가 잊어버린 나의 이름을,
그리고 그대가 남기고 간 바람이
내 삶의 겹겹에 쓰러진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리라

 



 황인철

 

 

 

Fritz Wunderlich; "Ständ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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