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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대전外)

보은 속리산

by 류.. 2016. 11. 22.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리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 나희덕시인의 '속리산에서'- 




















































             수요일부터 영하의 추위가 시작된다고 해서 서둘러 갔던 속리산.. 날씨가 별로 좋질 않았다

             심한 안개에 강풍까지 더해져 문장대에 올랐을 땐 장갑을 낀 손이 시렸을 정도..

             그나마 바람이 불어서 조망이 조금씩 터진 게 다행..  하산중에는(오후3시)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옷이 흠뻑 젖어서 조금은 처량한 겨울산행에 되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리산의 멋진 바위들에 감탄하며 만족했던 산행.. 법주사가 거대사찰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주차장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세심정까지 거의 10리를 걸어들어가야 할 정도니

             크긴 크다.  산행하려면 왕복 20리는 기본으로 걷고 시작해야 하는 산이다 속리산은..   

             악천후에다 월요일이라 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조용히 사색하면서 걷기엔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전국의 국립공원 안에 있던 식당들은 거의 다 철거가 된 것으로 알았는데.. 속리산에는 도처에 식당들이

             버티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속리산 터줏대감들이 세긴 센 모양..

             가끔 앉아서 쉬기도 하고 막걸리 한 잔 할 수도 있으니.. 환경오염문제만 없다면(없을 리가 없겠지만)

             산 위에 자그만 식당 몇 개는 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34년 전 신입사원 연수시절.. 하룻밤 묵었던 속리산 관광호텔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남아있는게 신기했다 그때 츄리닝에 운동화 신고..문장대에 잠깐 올랐던 거 같은데.. 삼십 년이 더 지나서 제대로

             한 바퀴 돌았으니 감개무량..



 


              주차장 → 목욕소 → 세심정 → 보현재 → 중사자암 → 문장대(1,054m) → 문수봉 → 청법대 → 신선대

              입석대 → 비로봉 → 고릴라바위  천황석문 → 천왕봉(1,058m) → 상환암 → 세심정 → 저수지 → 눈썹바위

               → 법주사 → 주차장



              총 19.5km, 7시간 10분 소요(식사및 휴식시간 50분 포함)






         Bob Seger - "Fire Lake " 

               道不遠人 人遠道   山非離俗 俗離山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道)를 멀리하려 하고
               산은 세속을 떠나려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나려 하는구나


               고운 최치원 선생이 속리산에 와서 남긴 글이라는데..

               짧은 문장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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