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그리워 여행을 떠났다가 보고픈 사람이 있는 내 집이 그리워져 돌아오는 길에
오동나무 한 그루 서 있었습니다. 오동나무에서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데,
눈물만큼 한 참 뜸들이다 떨어지더군요.
아프지 않은 이별이 없듯이 아프지 않은 영혼은 없더군요.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조용히 노래했지요. 그 노래 소리에 먼저 무너지는 것은
저 자신이었고요,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순한 짐승은 모두 그러했습니다.
가을을 타고 있었지요
별만 보고도 아파하고 꽃이 피는 것만 보고도 아파하는 순한 짐승이었습니다.
이별만 아픈 줄 알았더니 봄이 초록으로 일어서는 그 날에도 아파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결국 사람은 늘 아파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풍경에 용기 내어 한 발 슬쩍 사람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사람 속도 온통 가을이었습니다. 가슴은 텅 빈 벌판 같은데 위로를 받아줄 언덕이 없어
외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자유가 그리워 떠난 길에서 자유에 지쳐 무너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구속도 때로는 위로가 되는 줄 그 때서야 알았지요. 서울역 노숙자들이 하나씩 들고
고단한 몸으로 별을 노래하는 술에 그 투명한 술에 사람이 빠져드는 이유를 어느 만큼은 알았지만
그 악마성에 기대는 이유는 위로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술은 못난 나를 잘 났다고 안아주거든요. 온혈인 사람에게 가슴이 식어갈 때에
술은 진정으로 따뜻했습니다. 가슴이 허할 때 네가 최고라고 위로하며 안아주는 것은 술이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산다는 건 가슴에 낙엽을 쌓는 것과 같아
바람만 불어도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눈물짓더이다.
바람아 불지마라, 바람아 불지마라, 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는 끝도 없이 바람이 불더이다.
다시 가을입니다.
돌배나무에선 돌배가 떨어지고 감나무에선 감나무 떨어지겠지요.
빈 가지를 붙들고 우는 바람에 벌판에서 추석빔으로 합바지를 얻어입은
허수아비 다시 빈 가슴으로 펄럭입니다.
달빛도 차가운 날에 시가, 알을 깨고 나오는 동안 시인은 몽유병환자였습니다 .
올 가을엔 사랑하세요.
마음에 감기 한 번 든다고 누가 나무라겠습니까?
신광철
♬ Ace Cannon - Last 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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