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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나는 바보라서

by 류.. 2016. 12. 12.

 

나는 바보라서
사람들 말을 잘 믿습니다
믿었다가
혼이 많이 나고 보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더러 바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내 속내를 보이지 말아야지
했다가
내게 말하는 사람의 말이 정말 같아서
꽁꽁 숨겨 놓았던 것까지 다 보여주고 나면
역시 소리도 없이 비웃으며 가버리고
나는 다시 바보가 됩니다

 

그대로 바보로 살아도 좋은데,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떠나간 사람들은
다시 내게 와서 내 속내를 묻지 않을 테니 괜찮은데
또 다른 누군가가 와서 물을까봐 겁이 납니다

 

정말
내 맘을 알아주고 나를 이해해주며
나와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이번엔
내가 바보가 아니라고
제법 나도 똑똑해졌다고
마음에 빗장을 하나 더 질렀다가
그가 떠나갈까 두렵습니다


그가 떠나면서 나처럼 상처를 입고
나도 바보였구나, 이번에도 바보였구나
그렇게 아파할까봐
내가 그런 상처를 줄까봐 겁이 납니다

 

하느님
저는 바보가 되어도 좋으니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해 주십시오
조금 더 많은 자비를 베풀어주시려거든
제가 참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지혜를 주십시오


하지만 제가 바보가 되는 편이
하느님 뜻에 맞는다면
그대로 바보로 남겨 주십시오
저의 상처받는 마음을
하느님께서는 알아주실 테니
행복한 바보가 되겠습니다

 

 

 

최석우

 

 

 

  Sammi Smith - De Grazia'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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