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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고기 한마리

by 류.. 2015. 4. 21.

 


 


가을 강바람 속으로 매순간
힘없이 메마른 숨결의 손을 놓는 나뭇잎들과 같이
지금 돌연 내가 죽어 없어진다 해도
저 강물은 계속 흐를 것이다 간혹
물 위에 떠가는 낙엽이나 갈대 부스러기처럼
내 죽음이 쓸쓸히 노을의 저편으로 흘러가도
강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바로 눈앞으로 흐르는
강물이란 강물 다 지나가버려도
강의 호흡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듯,
영영 떠내려가버릴 것 같은 죽은 나뭇잎들
푸르름의 기억을 되살려 나무의 뿌리로 되돌아오듯,
내 육신의 죽음이 진정 나를 죽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본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려 해도
그대로 온통 강물인 양수리의 삶을
뭐 하나 뾰족할 것 없는 생의 굴레를
하여, 살아온 날들의 온갖 희희낙락과 절망들이여
살아갈 날들의 하릴없는 기대감들이여
그만, 잔잔하라 고인 물처럼 잔잔하라

강물이 끝내 강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수백 생 동안 죽음의 진화 작용을 해왔을 내 모습
이제 그 깊은 곳에 사는
마음의 참붕어 한 마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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