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번 국도 타고 평창 막 지나
정선읍 못 미쳐 우회전하면
조양강이 길 하나 느리게 끌고 가지
시멘트로 포장하다 말다 한, 흡사
낡은 댕기같이 끊어질 듯 이어진
길 가노라면 마음 절로 느슨해지지
강 건너 아찔한 절벽들 각각
겸제풍 산수화가 생생한 병풍 바위들
밤꽃 냄새 질탕한 산허리 돌면
도라지꽃 천궁향에 다시 취해서
아무데나 털썩 몸 부려놓고
발 뻗고 마냥 쉬고 싶은 곳
곤고한 생의 허리띠 풀고
혼절하듯 깜박 졸다 뜨고 싶은 곳
보라 꽃등 환한 감자밭 머리 어느 숲속
뻐꾹새 피울음에 오디가 익는데
아무도 없다! 문득 적요하고 외로워
거기 누구 없어요? 속으로 외쳐본다
산그늘에 눌린 인가 몇 채가
시큰둥 바라보다 도로 엎드려 졸 뿐
가도가도 인적조차 뜸한 길
강물은 가수리 지나 운치리쯤에서
내내 옆구리에 끼고 오던 길 놓고
저 혼자 영월로 흘러가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나?
나 혼자 슬몃 당겨보는 길
너무 멀다, 그대여!
- 임영조시인의 [그대에게 가는 길10]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강 (0) | 2013.11.01 |
---|---|
가을은 온다 (0) | 2013.09.29 |
비내리는 날은 잠들지 못한다 (0) | 2013.09.14 |
가을 저녁의 詩 (0) | 2013.09.08 |
바람으로 살고 싶다 (0) | 2013.08.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