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제 집 앞뜰에 능소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여름날에, 우리는 후두둑 지는 소나기를 피해 어느 집 담장 아래서 다리쉼을 하고
모든 적막을 뚫고 한바탕의 소요가 휩쓸고 갈 때, 어사화같은 능소화 꽃 휘어져 휘몰아쳐지고 있을 때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집의 좋은 향기에 가만히 코를 맡기고 잠시 즐겁다
능소화 꽃 휘어진 줄기 흔들리면, 나는 알고 있다 방금 내가 꿈처럼, 혹 무엇처럼 잠시 다녀온 듯도 한 세상을
-그집앞 능소화/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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