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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한때 우리는 모두가 별이었다

by 류.. 2009. 5. 24.

 

  

 

 

모든 인간은 별이다
이젠 모두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기억해내려고 조차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진실이다

한때 우리는 모두가 별이었다.
저마다 꼭 자기 몫만큼의 크기와 밝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채,
해 저문 하늘녘 어디쯤엔가에서,
꼭 자기만의 별자리에서 자기만의 이름으로 빛나던,
우리 모두가 누구나 다 그렇게 영롱한 별이었다

그러나 한때 별이었던 사람은 우리들만이 아니다.
이 땅을 찾아와 살다가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우리들의 지구를 떠나버린 사람들
그리고 머잖아 태어날 사람들
혹은 아직 차례를 기다리며 아득히 먼 미래의 정거장에서
눈을 두리번 거리며 앉아 있을 수많은 미지의 얼굴들
그들도 모두가 별이었다

행여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에라도 책을 덮어두고 밖으로 나가보라
마당이 없는 집이라면 가로등 없는 골목도 좋다
닭장같이 답답하고 견고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건물 꼭대기 옥상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꺾어 밤하늘을 올려다 보시기를..

흐릿하게 바랜 당신의 눈빛을
어둠속에 한동안 적셔둔 채 소리없이 기도를 올리듯,
심호흡을 하며 그 자리에 잠시만 서있어 보라
이윽고 맑고 깨끗한 어둠의 물살이
당신의 눈망울을 말갛게 닦아내기 시작하면,
당신은 눈 앞으로 끝없이 펼쳐져 흐르는
별들의 바다를 틀림없이 볼 수 있을 터이므로...


-임철우. '그 섬에 가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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