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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에 서면

by 류.. 2009. 3. 8.

 

 

 

          아직도 아른거리는 것들을

          모두 추억으로 만들고 마는 철길에 서면

          그리움은 종착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지

          사람들이 오고 가던 세상 한 가운데서

          기적소리는 아직도 그리 서성이고

          다 쓰러져 가는 역전 앞 가게에서

          박카스 한 병 사서 들이키고 나면

          보인다. 그제야 그리움이 보인다

           

          없다. 분명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기억은 그 옛날 그대로인데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그리움이다

           

          어쩌면 나란히 걸어가면서도

          손잡을 타이밍을 못 맞춘 것이 그리움이다

          이제는 가고 오지 않는 비둘기호와 통일호,

          그리고 기타소리를 생각하는 것이 그리움이다

           

          빈 병 속에서 울다, 울다 떠나버리는 바람처럼

          간이역, 누군가 서 있어야 할 그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그리움이다

          다 비우고

          그렇게 서 있는 것이 그리움이다

           

          철길에 서면 보인다

          녹슨 것은

          다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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