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좋아하는 이유

 

 

낚시를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참으로 멍청한 질문을 누군가가 했을 때,   
나는 로버트 트레이버(Robert Traver)가 말했듯이"그냥 좋아서 한다"(I Fish because I Love To...)"는   
대답으로 건성 넘겨버렸다      


왜 산을 좋아하느냐는 멍청한 질문을 받았을 때,   
"거기 산이 있으니까" 라고 했다는 등산가의 대답도 시적인 표현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비슷한 오만에서 나온 '명답' 이었을 듯 싶다  
그리고 자꾸 앞차를 추월하는 사람에게 왜 과속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앞에 차가 있으니까" 라고 했다는 대답 또한 멍청한 질문에 어울릴 만큼   
참으로 무성의한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 질문을 한다고 깨달았으며,  
그래서 나는 보다 성의있는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우리가 낚시를 좋아하는 까닭은,
떼를 지어 산으로 들판으로 나가 삼겹살을 구워먹는 행락가족이나 마찬가지로
'바람을 쐬러' 나가니 우선 즐겁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생겨서 좋고,
집안에 틀어박혀서 지내는 생활을 벗어나 여기저기 여행을 해야하는
핑계가 되어주기도 하고, 좋은 운동거리여서 건강에도 좋겠고,
거기에다가 덤으로,
고기를 낚는 행위에 얽힌 크고 작은 갖가지 경험을 얻기 때문이다



[안정효의 낚시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