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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3월, 그대에게

by 류.. 2008. 2. 17.

 

 


     

                   삼월은 그 품 속 깊숙히 도전과 투쟁의 무기를 숨겨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얼어 붙은 땅을 깨고 어린 싹을 밀어올릴 수가 있겠는가?
                   영어로는 삼월을 마취(March)라고 하는데, March라는 이름의 어원을 따져보면
                   로마 신화에 나오는 마르스(Mars)라는 군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또 March라는 말에는 분쟁이 잘 일어나는 '국경지방'이나 중요한 '경계'라늣 뜻도 들어 있다


                   꽃 피는 삼월과 싸우는 군인, 그리고 삼월과 분쟁의 국경, 이 두 말은 전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삼월은 분쟁의 달임이 확실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추위와 싸워야지만 비로소 완전한 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까


                   겨울의 어둠 속에 구속되었던 봄이, 그 상한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겨울과의 분쟁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니까 그래서 그럴 것이다
                   삼월에 부는 바람에 살갗이 아리는 노여움이 숨어 있는 것은
                   그래서 그럴 것이다  꽃을 피우는 바람이 칼끝처럼 매서운 것은

                   그런데 이 마취라는 말에는 또 '행진하다' '전진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웨딩 마취 (Wedding March)에서처럼 '행진곡'이란 뜻도 있다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삼월은 행진을 시작해야 하는 달이다  어디로 행진할 것인가? 
                   결실의 가을을 향하여, 올림프스 산정을 향하여
                   인생의 절정을 향하여 우리는 각자의 이상을 향하여 행진을 해야 한다
                   가을로 가기 위하여는, 천둥과 번개로 요동치는 왕성한 생명의 여름을 
                   무성하게 살아내야 할 것이다 올림프스 산정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계곡과 나무덩굴과 험한 벼랑을 낙오하지 말고 기어올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절정을 향해 행진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근면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순리를 옹호하면서 인내와 슬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해마다 삼월은 나를 새로운 결심으로 떨게 한다. 'Play again!' 다시 시작하라고
                   지금은 삼월이라고, 행진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삼월이 속삭이고 있다
                   새로 입사한 직장의 동료와 처음 만나고, 새로 입학한 학교의 클라스메이트와도 
                   부푼 기대로 사귀기 시작하는 만남의 달이기도 한 삼월
                   이런 삼월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시집가는 처녀들은 행복할 것이다

                   부디 그들에게 신의 끝없는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삼월에 새로 태어나는 
                   아가들에게도 축복이 있기를...


                   나는 아무런 이유도 바램도 없이 기도하고 싶어진다  지금은 삼월이니까…
                   나는 오늘밤 일기장에 삼월, March!라고 굵게 쓰겠다




                    -이향아, '3월 그대에게'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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