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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

by 류.. 2008. 2. 18.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봄/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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