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나무 아래 길이 있을까
난 그런 것을 잊어버렸어
아니 차라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정직하겠지
잊어버린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
잃어버린 것을 쉽게 되찾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시간 속에 종종 성냥불을 그어보지
내가 잃어버린 무슨 나무 아래 길이
혹여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혹시 장미나무 아래로 가는 길이
물푸레 나무 아래 휘여진 히아신스 꽃길이
어디 어둠의 담 저 너머
흔적 같은 향기로
날 부르러 오지 않을까 하고
.......
-김승희, '보리수 나무 아래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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