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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살구

by 류.. 2007. 7. 3.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窓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살구나무여인숙/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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