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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서튼 지음 서영준 옮김 / 이실MBA
“나는 원래 이 책을 쓸 생각이 없었다. 모든 발단은 2003년 말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선임 편집자인
줄리아 커비가 이 잡지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제출할 만한 뭔가가 없냐고 물어본 데서
비롯했다. 나는 줄리아에게 내가 아는 최고의 비즈니스 사례는 바로 ‘또라이 금지 규칙’이라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경영학 교수 로버트 서튼은 이렇게 해서 논문 한 편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보냈다. 비속어 ‘또라이’(asshole)가 여덟 번이나 들어간 논문은 이 “고상하고 유명하고 보수적인” 잡지에 그대로 실렸다. 글에 대한 독자 반응은 서튼 자신도 놀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내친 김에 서튼은 이 논문을 한 권의 책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출판부에서 출간하기로 했으나, 제목에 ‘또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책을 내지 않겠다는 지은이의 완강한 고집에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세상에는 ‘또라이’라는 말로밖에 부를 수 없는 그런 사람이 있고, 이걸 제목에 박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결국 책은 ‘플레처 & 패리’ 출판사에서 나왔다.
우여곡절을 거쳐 빛을 본 <또라이 제로 조직>(원제 The No Asshole Rule)은 조직 안에서 동료·상사·부하의 영혼을 갉아먹는 비열한 인간에 대한 경영학적·조직심리학적 보고서이자 ‘또라이 없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지은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슬쩍 꺼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29살 때 스탠퍼드대 강사가 된 그는 첫해에 경험 부족으로 고전했지만, 엄청난 노력 끝에 3년 뒤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이 뽑는 ‘최우수 강사’ 상을 받았다. 행복감에 도취된 그에게 선배 교수가 다가와 꼭 껴안으며 귓속말로 한마디 했다. “밥, 강의실에서 애들 달래줬으니까, 이제 정신 차리고 본업에 신경 쓰셔야지.” 그 말로 그의 행복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일을 잘해서 거둔 성과로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분 좋았다가, 최우수 강사상을 받은 사실이 내가 정작 연구는 진지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신호가 아닌가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뀌어 버렸다.”
대놓고 욕설을 퍼붓든 은밀하게 뒤통수를 치든 조직 안의 ‘또라이’는 다른 사람들의 품위를 짓밟고 정서를 황폐화시킨다. 지은이는 어떤 사람이 ‘또라이’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두 가지 테스트 기준을 제시한다.
테스트1:또라이라고 생각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나면, 우울해지고 비참해지고 기운 빠지고 초라해진 느낌이 드는가?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가?
테스트2:또라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보다 힘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추악한 성질을 부리지는 않는가?
이 두 가지 테스트에 걸리면 그 사람은 ‘또라이’라고 봐도 좋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또라이’의 일반적인 행동양식도 제시한다.
△인신공격 △ 개인 고유의 영역 침범하기 △함부로 신체 접촉하기 △말 또는 몸짓, 행동으로 위협하고 협박하기 △기분 나쁜 전자우편 보내기 △사회적 신분 모욕하기 따위들이다.
지은이는 ‘또라이’를 ‘일시적 또라이’와 ‘공인된 또라이’라는 두 범주로 나누어 보기도 한다. 압박이 심한 직장 분위기에서 보통 사람도 ‘또라이짓’을 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공인 또라이’다. “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그에게 모욕당하고,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기운 빠지고, 기분 상한” 경우라면, 그리고 그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라면 그 사람을 일러 ‘공인 또라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전 유엔대사 존 볼튼이다. ‘위에는 알랑대고 아랫사람은 쥐어박는 인물’로 알려진 볼튼은 결국 최근에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런 무례하고 비열한 인간들은 최고위층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거의 모든 직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런 인간들은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결국에는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역량을 파괴한다. ‘또라이’와 함께 있을 때 피해자들은 생산성 저하, 업무 집중 장애, 수면 장애, 불안, 무기력증, 만성피로, 신경과민, 화, 우울증에 시달린다.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영국의 공공기관 종사자 7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괴롭힘을 목격한 사람 중 73%가 스트레스 증가를 느끼고, 44%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은이는 ‘또라이’ 한 사람으로 인한 손실이 1년에 16만 달러(1억6천여만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한다.
이 책은 ‘내 안의 꼴통’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또라이’ 노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는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보라. 만약 자신을 보호하려는 망상 속에서 몸부림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보라.” 지은이는 자기 자신도 때때로 ‘또라이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이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또라이’를 피하려다 건전한 논쟁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신공격적 논쟁이 아니라 의견을 두고 벌이는 건설적인 논쟁은 창의성을 높이고 아이디어를 샘솟게 한다. ‘또라이’는 바로 그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파괴하는 사람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내가 또라이들을 위해, 혹은 그들과 함께 마지 못해 일하고 있다면 일부러 일하러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상사와 동료가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조직이 성취도도 높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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