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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신부'의 빛나는 기부

by 류.. 2007. 4. 14.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다행히 작품이 하나 더 팔렸어요. 약속을 제대로 지키게 됐어요.” 일요일인 지난 1일 오후 화가 김인중(67) 신부가 기자를 전시장 한편으로 끌고 가더니 이렇게 속삭였다.

서울 정동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 ‘김인중 초대전’ 마지막 날이었다.




프랑스 도미니크 수도원 수도사인 김 신부는 ‘빛의 화가’로 불리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3월 2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열린 귀국 초대전 수익은 모두 1억3500만원. 김 신부는 물감과 붓 살 돈 몇 푼만 남기고 모두 국제구호기구 기아대책(회장 정정섭)에 기부했다. ‘판매 수익 전액 기부’가 그 약속이었다.

김 신부는 1962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떠났던 스위스에서 사제의 길을 택했다. 이후 유럽과 한국에서 숱하게 전시회를 했고 그때마다 치부(致富)를 할 수 있을 만큼 작품이 팔려나갔다. 남프랑스 브리우드에 있는 12세기 교회는 낡은 스탠드글래스 복원작업을 맡기며 아예 그의 작품으로 새로운 스탠드글래스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올 7월에는 이탈리아에서 피카소의 도예와 김 신부 도예를 모은 작품전이 열린다.

그런데 그는 무일푼이다. 30년 전 스승이던 신부가 준 검은 망토와 10년 된 사제복 4벌, 책 100여 권 그리고 물감과 붓과 팔레트밖에 없는 ‘거지 신부’다. “사제가 무슨 돈이 필요해요, 수도원에서 먹고 자고 하는데. 내 그림 보고 사람들 행복하고, 또 그림 팔아서 없는 사람 도우면 그게 행복이지.” 사제가 되고서 그는 전시회 수익은 100% 사회로 돌렸다. 김 신부의 이번 초대전 수익금을 기부받은 기아대책은 ‘희망의 빛 김인중 기금’을 만들었다. 2000만원은 기금의 종자돈을 만들고, 나머지 돈 가운데 70%는 국내 장애 어린이 미술·음악 치료 프로그램에, 30%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장애아 학교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 신부는 3일 오후 파리로 떠났다. 평생 그러했듯 또 빈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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