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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돌담길 그 끝에 있는 집, 담양 바람소리(자미원)

by 류.. 2007. 4. 14.

 

 



"어? 저거 다람쥐아니야?"
키낮은 마을 돌담길을 따라 가는데 다람쥐가 길을 가로질러 담위로 올라간다.
담양 가사문학관 부근 지실마을에 있는 레스토랑 '자미원(紫薇苑)'을 찾아가는 길. '자미원'은 이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로 난 시골길이 정겹다. 대나무들과 넝쿨옷을 입은 못생긴 돌담들이 계속 이어진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이런 골목을 만날 수 있어 반갑겠지만 마을사람들에게는 생활을 침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면서 걸어들어가면 좋을텐데 '낭만적이네 운치있네' 하면서도 굳이 차를 타고 들어갔다.


길 끝에 확트인 곳. 그곳에 빨간지붕의 '자미원'이 있다.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집 옆으로 계곡이 흐른다. 이 계곡이 만수동 계곡. 송강 정철이 '장진주사'를 지었던 곳으로 바위마다 이름 붙이며 시름을 달랬던 곳이라던가. 꽃은 눈에 띄지 않은데 꽃향기가 집을 감싸고 있다. 6월말이면 백일홍이 계곡을 따라 피어난단다. '자미(紫薇)'라는 이름도 백일홍 한자어에서 따왔다.



꽃향기와 함께 찾아오는 이를 맞이하는 색다른 것 하나. 영화 '베토벤'에 나오는 그 세인트버나드 종의 개다. 처음엔 그 큰 덩치에 놀라기도 하지만 아이들이나 동물을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인기란다. 손님들이 으레 "베토벤 안녕"한다.

건물은 앞 뒤로 툭트였다. 통유리로 바라다보이는 정면에는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뒷면으로는 죽 따라서 산책했으면 좋을 푸른 잔디가 펼쳐진다. 실내장식도 거추장스런 것이 없이 간결하고 깔끔하다. 건축업을 하고 있는 이 집주인 정구창씨가 직접 지었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손님들이 답답한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 굳이 이 깊숙한 곳에 지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느때가 가장 좋으냐는 물음에는 봄여름가을겨울 각기 그 맛이 다르게 좋단다. 산과 계곡, 꽃과 나무속에 파묻히듯 자리하고 있는데 어찌 어느계절이든 안좋을 수 있겠는가. 참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감탄이 나온다.

대개 주변 찻집들의 커피나 찻값이 4,000~6,000원 하기 때문에 커피값은 비싼듯하지만 맛만큼은 자신한단다. 브라질, 콜롬비아, 에디오피아산을 생두로 구해와 이틀에 한번씩 볶는다. 갓 볶아낸 원두를 주문받을 때마다 그때그때 내려서 내오니 신선하고 맛있다는 것.

'자미원'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따로 버섯전골, 백숙, 버섯수제비 등을 하는 식당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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