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풍이 부는날 어느날인가 서풍이 부는 날이면 누구든 나를 깨워주오 무명 바지 다려입고 흰 모자 눌러 쓰고 땅콩을 주머니에 가득 넣어 가지고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고 싶어도 내가 잠 들어 있어 못가고 못보네 그래도 서풍은 서풍은 불어 오네 내 마음 깊은 곳에 서풍은 불어 오네 아~ 아~ 아~ 서풍아 불어라 불어라 |
설렁설렁 바람이 부는 날엔
빨래냄새 가시지 않은
새 옷을 꺼내 입고
거리에 나가자
비슷비슷한 사람들의
표정없는 얼굴에도 이런 날엔
몰래 설레다가 노을처럼
홍조(紅潮)가 번졌을지도 몰라
몇 번인가의 신호등이 바뀌고
그림자 긴 사람들의 외로운 발들이
무더기로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 흩어지는
건널목에서
행여, 그리운 이 만날지도 모르지
설렁설렁 바람이 부는 날엔
걷다가 슬쩍 어깨를 부딪쳐도 좋으리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엔 우리
빨래냄새 가시지 않은
새 옷을 꺼내 입고
거리에 나가자
-바람부는 날엔 / 송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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