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정원
내 마음의 뜰에 자라는
한 그루 사과나무
봄부터 이제까지 싹을 틔우고
맑은 햇살 끌어당겨 수화 나누네
가지와 가지 사이를 오가는 새들이
허공 속에 푸릇한 알을 낳아 품으면
탐스럽게 익어가는,
소슬한 밤 뜰을 서성이노라면
끼리끼리 붉은 사과열매 사이에
조용히 맺히는 희고 둥근 달
누군가의 은밀한 그리움처럼
환하게 떴다가
어둠과 함께 숨어버리네
요절한 형제의 얼굴처럼,
혹은, 이루지 못한 풋사랑의 얼굴처럼
채 익기도 전에
뚝
떨어져버리네
사과를 깎다보면 느낄 수 있네
사과 껍질 속 희고 시큼한 눈물
보일 듯 말듯 달빛 배어있네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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