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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올봄엔..광양 망덕포구로

by 류.. 2006. 1. 21.
 

 

 

 

'지울수록 살아나는 당신 모습은/내가 싣고가는 평생의 짐입니다/나는 밤낮으로 여울지는 끝없는 강물/흐르지 않고는 목숨일 수 없음에/오늘도 부서지며 넘치는 강입니다-이해인수녀의 시 「강」 전문'.

시인의 노래를 가슴에 담고 봄을 찾아서 바람에 실려 남도의 강으로 떠난다. 전북 진안과 장수군 경계에서 발원해 임실, 곡성을 지나 압록에서 보성강을 보탠 뒤 경상남도 하동, 전라남도 구례, 광양의 들판과 산허리를 넉넉히 적셔주는 섬진강. 하루하루 지날수록 봄은 은빛 비늘을 반짝거리며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여행자는 성긴 그물 하나 들고 강가에 서서 남도의 봄을 낚아 가슴에 담는다.

허리가 휜 농민들의 한숨도 씻어주고 여행자들의 사치스런 감상도 군말 없이 받아내면서 여수와 남해로 둘러싸인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섬진강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아마도 남해고속도로의 하행선 섬진강휴게소에 머문 사람이라면 그 끝자락의 일부를 보았으리라. 고속도로 밑을 통과한 강물은 광양시의 진월면 망덕포구와 태인도, 하동군의 고포리와 갈사리를 어루만지면서 소리없이 바닷물과 조우한다.

망덕포구. 남해고속도로 진월나들목을 빠져나가면 얼마 안 가서 진월면 면소재지로 들어가는 좌회전 푯말이 보인다. 이 길을 들어서면서 망덕포구 방문이 시작된다.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면서 전라남도 땅에 뿌려놓은 최후의 포구인 망덕포구에 대해 강석오라는 사람이 노랫말을 지었고 그 노래비가 마을 한 귀퉁이에 서있다 . 

 

 

                 '내 고향 망덕포구 새 우는 마을
                 울고웃던 그 시절이 하도 그리워
                 허둥지둥 봄바람에 찾아왔건만 
                 님은 가고 강언덕에 물새만 운다

                 내 고향 망덕포구 꽃 피는 마을
                 웃고 놀던 그 사람을 차마 못잊어
                 허둥지둥 봄바람에 찾아왔건만 
                 님은 가고 강언덕에 동백꽃 핀다'

 

노래비 옆에는 진남루라는 이름의 정자 하나가 서있어 마을 사람들의 쉼터 구실을 한다. 적당히 대중가요 가락처럼 흥얼거리면서 망덕포구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진월남초등학교 앞의 동해횟집에서부터 배알도라는 자그마한 섬이 바로 앞에 떠있는 보물섬횟집까지 해안을 따라 30여개의 횟집이 도열해있어 이곳이 별미의 본고장임을 실감하게 된다. 횟집 앞 바다에는 드문드문 고깃배들이 정박해있다. 해안도로 중간쯤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남해고속도로의 섬진강교, 남쪽을 보면 배알도 해수욕장 해변과 광양시 태인도-하동을 잇는 섬진대교가 보인다.
선착장에서 만난 한 어부는 그래도 아직까지 섬진강 물은 깨끗하다고 자랑한다. 5백50리를 달려온 물길이지만 청정함이 살아있어 재첩이며 백합조개며 전어, 붕장어 등이 많이 잡힌다는 것이다. 특히 1, 2월 한 겨울철부터 나기 시작해 벚꽃 피는 4월에 가장 많이 잡힌다는 벚굴은 이곳만의 특산물.

 

 

 

섬진강의 끝자락이면서 광양만 바다의 시발점이기도 한 강물에 스티로폼 부교를 띄워놓고 굴구이와 횟거리를 파는 청아수산의 사장 이성면씨. 그는 '비브리오나 디스토마 걱정 안해도 좋은 청정바다에서 잡은 굴이 바로 벚굴'이며 '벚꽃 필 무렵 가장 맛이 좋다고 해서 벚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들려준다.

어른 손바닥만한 굴껍데기 속을 파보면 굴인지 대합조개인지 모를 만큼 살덩이가 커다란 굴이 나온다. 이씨는 '날로 먹어도 되지만 그렇게 하면 두세 개밖에 못먹고 많이 먹으려면 구워서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올해는 지난 겨울 동안 이상 난동으로 거센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고 내륙으로부터 민물이 많이 유입돼 벚굴 작황이 안 좋아 가격이 다소 상승했다. 15kg에 5만원을 받는다.

망덕포구를 나와 진월면사무소 앞도 지나고 북쪽의 진월면 오사리 방면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다 보면 섬진강휴게소 뒤편을 거치게 된다. 일부 여행자들은 강변으로 열린 출입구를 통해 섬진강 강변으로 내려가 보기도 한다. 차량 통행이 뜸한 휴게소 뒤편 길가에는 나이 어린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 여행메모
남해고속도로 진월 나들목을 빠져나가 2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태인대교를 건너기 직전 우측 길로 접어들어 다리 밑을 통과, 강변을 따라 직진하면 망덕포구에 닿는다. 하동에서 광양시 중동행 버스(34번)를 타도 된다. 다이아모텔(061-772-8898), 벌교여관(772-200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맛집들이 좁은 포구 도로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다. 망덕나루터횟집(772-2217), 신진횟집(772-2216), 파도횟집(772-2500), 바다횟집(772-1717), 삼성횟집(772-2050), 섬진강횟집(772-2747) 등이 있다. 벚굴은 물론 싱싱한 활어회와 재첩국 등이 주요 메뉴이다.

 

 

[3색 포구 맛기행] 광양 망덕포구

500리 섬진강 물길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잡은 광양 망덕포구. 이 포구에는 전어횟집만 모두 32곳이나 되고 옆 동네인 선소마을까지 합치면 50여곳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예로부터 망덕전어는 맛이 뛰어나 진상품으로 쓰였을 정도란다. 전어 하나만으로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망덕포구의 매력은 아직 갯마을의 소박함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횟집 평상에 앉으면 아직도 파도 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것.

이곳의 횟집들은 모두 10여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지라 어디를 가도 실패하지 않는다. 망덕리 이장을 맡고 있는 용궁횟집 김봉현 사장은 "광양전어는 뼈를 빼서 먹기 좋게 대접하는 것이 특징이고 전라도식 양념을 곁들인 전어무침이 독특하다"고 소개한다. 야채와 초고추장,양념을 곁들인 전어무침에 밥을 비비면 밥도둑이 될 정도란다.

옛날방식 그대로 석쇠에 구워내는 전어구이도 망덕포구의 풍치와 함께 맛을 더한다. 전어구이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고. 약간 고린 듯하면서도 고소한 맛의 전어밤젓은 망덕우체국을 통해 전국으로 통신판매를 하고 있는 상품이다.

망덕포구 횟집들은 바로 앞에 있는 배알도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바다 옆에 평상을 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사철 광양 백합조개를 시원하게 끓여낸 국물은 여기서 맛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용궁횟집 063-772-0882,바다횟집 063-772-1717,신진횟집 063-772-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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