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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비양도

by 류.. 2005. 5. 20.
 

 

 

 

 


썰물에 오히려 수위가 높아지는 신비의 호수 ‘펄낭’


드라마 <봄날>은 10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고현정의 청초한 모습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드라마의 배경이 된 제주도의 외딴 섬 비양도다. 섬 보건소장의 양녀로 자란 섬 처녀 고현정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협곡과 형형색색 물드는 산호초를 품은 바다, 그 위에 하나의 오름으로 서 있는 비양도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는 육지가 잃어버린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비양도는 흔히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화산섬’이라고 불린다. 제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오래된 전설 때문. 옛날 옛적 아직 한반도에 편입되지 않은 제주도에는 소악(작은 산맥)이 99봉뿐이어서 큰 나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 쪽에서 1개의 봉우리가 제주도를 향해 날아왔다. 지금의 북제주군 한림 앞바다까지 이르렀을 때 한 부녀자가 굉음에 놀라 집 밖으로 나갔다가 마을이 파괴될까 두려워 “그만 멈춰!”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만 떨어져서 비양도라는 섬이 되었다는 것. 만약 그때 100봉이 형성되었다면 독자적인 나라를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제주도 사람의 향토애와 아쉬움이 담긴 전설이다.

비양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여행지는 소금호수 ‘펄낭’이다. 섬 바닥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펄낭은 조수운동과는 정반대로 밀물에는 수위가 줄고 썰물에는 오히려 높아져 신비감을 더한다. 이 호수는 길이 500m, 폭 50m에 깊이 1.5m 정도로 아담하지만 워낙 비양도가 작아 섬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펄낭 끝에는 먼 옛날부터 제사를 지낸 마을 본향당이 있어 비양도 사람들이 이 호수를 얼마나 신성하게 여기는지 잘 알 수 있다.

화산섬답게 호수 주변에는 검붉은 용암자국이 선명하다. 그 위에 이 섬의 신목인 사철나무가 우뚝 서 있어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녹색과 검정의 강렬한 대조. 모진 풍토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은 위대한 생명의 힘. 비양도의 신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변을 지나는 배들이 일부러 찾아들어와 인사를 드리고 가는 경건한 순례 코스였다.

눈을 북쪽으로 돌리면 해안가에 흔히 ‘애기 업은 돌’이라고 불리는 높이 약 8m가 넘는 용암관암맥이 잡힌다. 마치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바닷가를 응시하는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생김새가 무척 독특하다. 이외에도 사람, 동물 형상을 닮은 수십 개의 용암 기둥들이 군데군데 산재해 있다. 특유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이 기암괴석들은 오직 비양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 자전거를 타고 1시간이면 섬 일주할 수 있어

제주도의 상징이 한라산이라면 비양도의 상징은 비양봉이다. 해발 114m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략 20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야트막하지만 그 위에서 바라보는 섬, 바다 풍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정상에 오르면 제일 먼저 등대가 반겨준다. 아기자기한 등대를 바라보며 피부에 스치는 시원한 봄바람을 느껴보노라면 어느덧 마음속 묵은 때가 깨끗이 벗겨지는 청량감에 사로잡힌다. 비양봉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마치 에메랄드빛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곱다. 저 멀리 한림항은 물론 자잘한 오름들 그리고 한라산 정상이 성큼 눈앞에 다가와 가슴이 탁 트인다. 한라산이야 제주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제주도에 딸린 섬에서 바라보는 맛은 그만큼 색다르다.

비양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비양나무(쐐기풀과의 낙엽관목) 군락이 형성돼 있으며 1995년 제주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됐다. 비양나무는 가늘고 길게 뻗는 가지가 특징. 잎끝이 꼬리처럼 길어지는 것도 독특하다. 4월이면 조그마한 구형으로 뭉쳐서 피는 아담한 비양나무 꽃도 감상할 수 있다.

외딴 섬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비양도에는 도로가 제법 잘 닦여 있다. 걸어서 섬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일주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나서보자. 넉넉잡고 1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섬을 일주하면서 100여 명에 불과한 섬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보자. 따뜻하게 화답하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가슴이 조금씩 벅차오를 것이다. 자전거를 타다 지치면 아무 곳에나 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면 된다. 여유가 있다면 바닷가에 자리 잡은 보건소를 방문해보자. 혹시 하얀색 가운을 입고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보건소장 조인성 그리고 고현정과 마주칠지도 모를 일 아닌가.

만약 색다른 재미를 더 느끼고 싶다면 곳곳에 자리 잡은 관광 낚시터를 방문해보자. 80여 종의 각종 해조류가 서식하는 비양도 앞바다는 바다낚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즉석에서 잡은 물고기를 회쳐 먹는 재미에 어느덧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저 멀리서 벌겋게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과 함께 비양도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북제주군 한림항에서 하루에 두 번 비양도로 배가 떠난다. 북제주군에서 약 3.2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10~15분이면 도착.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출발하며 요금은 어른 1500원(편도), 어린이 900원(편도)이다. 배를 타기 전에 제2한양호(064-762-7522)에 미리 문의한다.

비양도에는 아직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아침 일찍 섬을 방문한 다음 저녁에 나와 시내에서 숙박하는 것이 좋다. 비양도와 마주 보는 한림항 주변에 풍경있는집(064-796-1060), 바다그리기(064-796-6840), 동양빌리지(064-796-0049) 등의 민박집이 있다.

역시 한림항 주변에 제주 흑돼지 전문점인 우리마을(064-796-8852), 시원한 해장국을 맛볼 수 있는 신토해장국(064-796-7220), 한정식집 미도리 (064-796-7079) 등이 있다. 투어익스프레스(02-2022-6603, www.tourexpress.com)에서 드라마 <봄날> 종영에 맞춰 비양도 2박 3일 여행상품권을 내놨다. 왕복 항공료와 호텔 조식, 중식 2회를 포함해 19만9000원. 비양도와 함께 차귀도 수월봉, 마라도, 일출랜드 등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 매주 화·수·목·금요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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