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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조개살구이

by 류.. 2004. 12. 8.

 

 

    동네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터미널식당
    해남 청운정의 조개살구이

     

    역·터미널 주변엔 맛있는 식당이 없다?
    우리나라 여행에서 빠지지 않고 들르게 되는 곳이 바로 터미널과 역전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떠나기도 하고 또 돌아오기도 한다.
    터미널에서 떠나는 이에게 그리고 남아있는 이에게 손 흔들고, 눈물 흘리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마무리짓는다. 인생이란 연극에서 터미널은 빠질 수 없는 배경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출발 전이나 도착 뒤에 고픈 배를 끌어안고 주변 식당을 찾게 된다.
    그러나 보자. 오래 전부터 우리는 하나의 금기사항을 들어왔다. ‘터미널이나 역전의 식당은 절대 가지 마라. 그곳의 음식은 맛을 기대하면서 식당을 찾는 이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란다. 그 음식은 너무 허기져서, 너무 바빠서, 지리를 몰라 다른 곳을 찾기에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건빵이란다.’

    건빵은 맛이 없다. 그러나 허기를 때우기에는 아주 그만인 음식이다. 물에 넣으면 단 몇 분만에 서너 배로 불어나는 매우 경제적인 음식이다. 터미널과 역전식당의 음식은 바로 그 건빵이다.
    실제로 추억해 보자. 버스나 열차를 타고 어느 곳에 갔을 때, 선뜻 근처 식당에 들어서고 싶던가. 또 어쩔 수 없이 그 식당에 들어서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먹었다가 역시나 하는 후회를 발로 툭툭 차면서 나온 경험은 없던가.

    가뜩이나 아끼고 아껴 쓰는 여행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식대를 지출하며 기분상하는 일만큼 나쁜 것도 없다. 그러나 돈은 적게 내고 배부르기를 원하는 것이 가난한 여행자들의 바람이다. 맛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미 자기 마음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식당이 없다는 상식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 식당들은 대부분 백반을 팔거나 찌개류를 싼값에 팔고 있다. 비싸면 여행자들이 들어오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식당에 단골보다는 뜨내기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비난받을 일도 거의 없다는 것도 역시 알고 있다.
    이러한 여행환경이 씁쓸하다. 이제 막 도착한 낯선 곳, 몇 걸음 걸어 맛있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면 그 곳은 이미 우리에게 낯선 곳이 아니리라.

     

     

    ‘청운정’은 해남터미널 바로 왼편에 있다.
    이 집의 사실상 주인은 해남에서만 30년 음식을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다. 김문자(60)씨. 주로 주방에 들어가 있으므로 막내아들이 식당을 맡고 있다. 이 식당의 주력상품은 해물탕. 하지만 요즘엔 막내아들 최민승(32)씨가 새롭게 만들어낸 요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바로 조개살구이.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음식이다.
    그러나 차돌배기의 고소한 맛과 조개류의 향긋한 내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같이 나오는 신선한 야채류와 젓갈, 묵은 김치 등이 식욕을 돋운다.
    가장 작은 조개살구이의 가격은 2만9000원. 3인이 먹으면 적당하다. 이 음식을 먹은 후, 남은 재료에 밥을 넣어 비벼 먹는데, 이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푸짐하다.
    한 번씩 그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다시 찾게 된다.
    터미널 주변 식당을 두고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말보다 그 식당의 음식을 칭찬하는 더 훌륭한 비유는 없다. 그만큼 단골을 많이 가진 식당이다.
    조개살구이나 해물탕 등의 요리가 부담스럽다면 시골반찬이 가득 담긴 백반이나 구수한 된장찌개가 또한 맛깔지다. 아침 7시30분이면 식당 문을 열고 목포나 광주에서 첫차를 타고 온 여행자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다. 이제까지 우리네 여행자들이 푸대접해오던 터미널 근처의 고만고만한 식당의 음식과 그 맛이 매우 다르다.
    주인 아주머니는 아침부터 밤까지 주방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상으로 나가는 음식 모두에 대해 철저한 검사를 한다고 한다. 주방의 내부가 훤히 보인다. 그만큼 위생과 청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일 게다.

    차림표: 조갯살구이 해물탕 아구탕 꽃게찜 낙지찜 해물철판구이=대·중·소 크기에 따라 2만9000·3만9000·4만9000원 등.
    주소: 해남군 해남읍 해리 공용터미널 옆
    전화번호: 061-533-6633, 홈페이지:
    http://www.cw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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