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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by 류.. 2005. 5. 5.

 

말은 거품이 된다. 말은 이슬이 된다. 말은 한줄기 빗물 한 가닥 바람으로 풀려 버린다. 나의 말은 언제나 그렇다

나의 말이, 말이 되어서 뜻으로 그에게 전해지는 법은 없다. 나의 생각은 그래서 말이 되지 못한 채 생각으로 어떤

형체나 의미를 가지고 살아나지를 못한다

나의 생각은 말이 된 적이 없다. 내 생각이 말이 되어 그에게
전해진 적이 없다. 아, 이것이 비극이다. 나의 말은

뜬구름처럼 흩어지고 물처럼 증발해 버리고 가을 낙엽처럼 말이 되기 전 마음속에 가득 살라 내리고 마는 것이다.


내 생각 속에는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큰 잔치를 이루며
붐비고 있는데 항상 그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말들로

웅성거리고 있는데 나는 아직 그에게 단 한마디도 전하고 싶은 말을 한 적이 없다.


나는 늘 그에게 하고 싶은 말로 시달린다. 나의 생활은 그에게
줄 말을 연습하는 리허설이라고 단정지어도 좋다 엄중한

믿음에 싸인 신자처럼 나의 밤과 낮은 그에게 줄 말을 연습

하기에 바쁘다.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 그래서 나는 가끔 사람들의 생활은
이렇게 말을 준비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한번도 말로 빛을 볼 수 없었지만 꾸준히 기도하듯 가장 정직하게 나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꿈꾸고 찾으며

사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까지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삶이란 애당초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말을 금을 캐듯 광산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다시 놀란다. 말을 찾고 준비하는 나의 태도가 불성실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말을
준비하는 일에 나의 정열을 바치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

언제나 너무 지나치게 말의 준비에 몰입되어 있는 나에게

사실 좀 짜증스러워 있었다고 해야 옳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있을까....어쩌면 이렇게 할 수가 있을까. 늘 나는
자신을 너무나 한심스럽게 바라보고 으므로 따로 새로운

정열을 쏟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게 만약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명 절제능력이다. 조금쯤은 가라앉고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더 냉정해 지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줄 말을 찾기 위해서 보내는 시간은 많다.

어김없이 잠이 깬 시간 말을 연습한다. 그것은 이제 완벽한 하나의 문장이 되었다. 형용사가 지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골격을 놓친 것도 아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그에게 전해도

좋을 때가 되었다.


자 이젠 그에게 말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단 한마디도
그에게 전하지 못하였다. 너무나 긴 시간 준비한 나의 말은

다시 거품이 되고 이슬이 되고 바람이 된다. 나의 생각은

생각이 아닐까 나의 말은 말이 아닐까


나의 생각과 말은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떠날 줄을 모른다.
내 마음속에 언제나 날개를 폈다가 그대로 주저앉곤 한다.

한 번 비상의 순간도 있었으나 결국 다시 나의 말은 쭉 뻗었던 날개를 접고 말았다. 그래서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는 말

그에게 전해야 할 말은 아직도 세상을 모른다



빛을 모른다. 감격을 모른다. 충만을 모른다. 대화를 모른다. 다만 말이란 생각의 알 속에 잠재된 생명으로 남아 있는 것
이라고만 알고 있다. 말은 어려운 것이라고 알고 있다.


말이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알고 있다. 말이란 얼마나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지 탄식하고 있다.
가슴에 있는 말을 전하는 것은 어쩌면 일생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렇다. 그것은 일생이라는 주어진 시간이 모두 필요한지도
모른다. 거의 죽음에 가까워서야 나는 가슴에 준비한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믿을 게 못된다. 결국 나는 죽으면서도 그 말을 이 세상, 그리고 그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말지도 모른다.


어느 아름다운 날을 택하려고도 했었다. 가령 가을산의 쓸쓸한

풍경을 배경으로 말을 시작하려고도 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거기 달빛이 신비한 밤을 좇아 말을 시작
하려고도 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에서야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의 말이 그에게 전해지리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었다. 아름다움 때문에 나는 오히려 말을
잊고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있었고. 그 말은 더욱 어려워지고만

있었다. 그런 경우 말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장식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나는 떨고있었는지도 모른다.


말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그 말은 가슴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그의 앞에서 나는 눈부신 것일까? 힘들다.

나의 말은 그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에게 내 말을 전하기

위해서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말을 연습해야 하는 것일까.


거품이 되지 않는 말 이슬이 되지 않는 말 바람이 되지 않는 말
바람이 되지 않는 말을 하기 위해서...그대여, 그러나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다. 그대를 향해서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느 시간도 말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대여 들어라, 저 삼라만상의 자연 저 하늘의 별에서 뿌리를
안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단어를 고르라면 '젊음'이라 할

것이다. 모든 가능성 희망 꿈 그리고 미래의 훌륭함을 한 몸에 받은 것이 젊음이 아니겠는가. 장애와 실패가 있어도 넘어설

수 있는 힘이요. 그 어떤 고비도 슬기롭게 처리하고 일어서는 것이 젊음이다.


좌절과 번민 끝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고 판단이 섰을
때는 자신을 던져 일을 성취하고자 몰두하는 것이 젊음이다.


젊음을 가진 자의 머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불타며 또 두둑한 배짱을 가진 자가 젊음을 가진 자다.


냉철한 사고와 날카로운 비판력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자는
머리가 차가울 수밖에 없고 노인처럼 감기는 눈이 아니며

앞을 내다볼 줄 몰라 좌우를 살피는 어린이가 아니다


잘못 판단으로 실패했을지라도 원인을 찾아내 다시 일어선다.
넘어진 다음에 일어서지 못하는 이의 머리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또한 뜨거운 가슴을 지닌 젊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열을 남용하지 않으며 객관적인 눈으로 정확한 판단이

서면 그 일의 성취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울이는 집념과 의지

의 사람이다.


그런 이는 꺼질 줄 모르는 불길이 타오른다. 그리고 배짱이
두둑한 이는 용기있는 사람이며 목표에 이르기까지 온갖

유혹을 물리칠 용기의 사람이다.



겉만 젊은 그대여! 진정한 젊음을 소유했다면 이 세가지를 얻기 위해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어떠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라.


친한 사이,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친한사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없는 듯 은은히 혀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  같다. 아니 그 말에는 무심코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찔레 향기나 코끝을 자극하는 치자꽃 향보다는 오래 가까이 있어야 비로소 향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이나 난향 같은 것인지 모른다.


친한사이'라는 말에는 요란스럽지 않은 그윽하고 온화한
감동이 있어 좋은 것이다. 내가 한 친구를 가리켜 '친한사이'

라고 말하면 이내 내 얼굴에는 만면의 웃음, 그것도 자애로운

웃음이 가득 퍼질 것이다.


그 웃음은 그냥 잠시 피었다가 꼭지가 떨어지는 그런 웃음이
아니다. 온몸에 배어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지지 않는 생명이

긴 그런 웃음인 것이다


친한사이'라는 말에는 피가 잘 통해서 대화가 막히는 법이
없고 오해도 미움도 없어서 건강하고 그 표정이 밝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친한사이'라는 소개를 들으면 그 말에는 적어도

내게 대한 믿음이 섞여 있는 말이다


믿음이 없이는 친한사이는 있을 수 없으나 그렇다고 그 믿음은
무작정 어떤 말이든 신뢰하는 그런 믿음이 아니다.

그릇된 점이 보일때 가차없이 지적해 줄 수 있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친한사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친구의 우정을 귀하게 받아들인다. 적당하게 칭찬만
해주는 친구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우정은 사랑이 있는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친구일때 진실로

친한사이'는 적어도 자주 만나야 된다.


어떤 시인이 '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시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할 때 시간은 주지 않고 멀리서 좋은

선물만 준다고 할 때 그것처럼 안타까운 것은 없으리라.

결국 그 사랑은 허기져 죽게 될 것이 뻔하다.


사랑은 한마디로 그리움, 같이 있고 싶음 그것이다.
친한사이는 바로 같이 있고 싶음을 최대한 누리는 그 사이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서둘지 말라. 조금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누구보다 친한사이 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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