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지

by 류.. 2020. 4. 24.

때죽나무

 

       나무가
       꽃눈을 틔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오세영

 

 

        

       Evergreen - Susan Jacks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혜화역 4번 출구  (0) 2020.05.31
6월이오면..  (0) 2020.05.23
슬픈 일만 나에게  (0) 2020.03.31
벚꽃그늘에 앉아보렴  (0) 2020.03.22
探梅行  (0) 2020.03.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