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나무 그늘 아래 나 잠들었었네
아주 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바탕 봄꿈이라고들 한다기에
잠 속에 또 잠을 불러 나 깨고 싶지 않았네
그 꽃나무 그늘 아래 잠들어 있는 동안
따스한 봄날의 한 때도 잠들어 있었을까
나 너무 혼곤하여 알 수 없었지만
꿈인 듯 생시인 듯 햇살은 그늘 아래 흩어지고
문득 입술 위에 얹히는 꽃잎 한 장
오래 전 그대의 입술 같아 나 혀를 내밀었네
입술이 입술을 기억하는 한
나 그대를 잊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대를 기다린다고도 할 수 없었네
다만 꽃나무 그늘 아래
아주 먼 옛날인듯 영영 잠들고는 싶었네
하지만 누가 애타게 부르는 목쉰 노래였을까
무수히 터져내리는 꽃잎들의 폭죽
나 잠깐 깨어보니 그늘 시들고
세상의 적막은 더욱 깊었네
아주 먼 옛날부터 정본으로 결정된
한바탕 봄꿈이라고들 한다기에
그 꽃나무 그늘 아래 그대 가고 없었네
강 연호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숭아 (0) | 2016.05.24 |
---|---|
눈물을 위하여... (0) | 2016.05.02 |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0) | 2016.03.26 |
처음엔... (0) | 2016.03.16 |
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 (0) | 2016.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