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 사고를 계기로 '낚시면허제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다. 어족 자원 및 환경 보호, 낚시인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해 면허 발급을 조건으로 낚시를 허용하고 하루에 잡는 물고기 양이나 크기도 함께 규제하는 것으로 그간 정부가 수차례 추진했지만, 낚시인들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1. 낚시면허제란
낚시를 하고 싶은 사람 가운데 민물·바다낚시에서 제한 어종이나 크기, 낚시터에서 지켜야 할 공중도덕 등에 대한 일정 소양교육을 거친 사람에게 면허를 주는 제도다. 면허를 받은 사람은 연간 일정액수의 면허료를 내야 하고, 무면허자가 낚시를 할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낚시면허제 도입이 처음 논의된 것은 20년 전인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환경부는 떡밥 등 미끼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하천 수질오염, 낚시터 주변의 환경 훼손을 막고 치어 및 희귀어종 남획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낚시면허제 도입을 추진했다.
↑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 사고를 계기로 낚시 어선의 안전성 문제와 ‘낚시면허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낚싯배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2. 추진이 무산된 이유는
수차례 논의에도 불구하고 낚시 애호가들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백지화됐다. 여가생활을 제한하고 다른 레저활동과는 달리 낚시인에게만 사실상 준조세를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낚시인들이 줄면 숙박업소, 주유소, 음식점 등도 장사가 되지 않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2006년 해양수산부가 낚시면허제의 이름을 바꿔 '낚시관리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낚시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추진하려 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2013년에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해수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나타냈다.
3. 정부가 추진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어획량 감소로 인한 어민들의 생계 위협이다. 레저 활동으로 낚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낚시 인구 700만 명 시대가 가까워진 가운데, 반대로 어업인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낚시인들의 남획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어선들이 낚싯배로 전환하고, 이것이 결국 다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1995년 400만 명대에 불과했던 낚시 인구는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의 영향으로 2000년 500만 명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해 2012년 현재 688만 명에 달하고 있다. 반면, 어업 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2006년 21만 명대에서 2012년 15만 명대에 그치고 있다. 이밖에 안전사고 급증, 환경 훼손 등도 정부가 면허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실제로 찌나 미끼를 고정하기 위해 낚싯줄에 매다는 납추가 버려지면서 납 성분이 흘러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버려지는 납추는 바다와 민물을 합쳐 약 1500만 개(268t)에 이른다고 한다.
4. 어업인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주꾸미는 바다 낚시인들이 무분별하게 잡아들이는 대표적 수산자원으로 꼽힌다. 5~6월 산란기를 지나 부화된 주꾸미들이 8월 이후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하면서 손쉽게 잡을 수 있고, 특히 다른 생선들과는 달리 연안에서 잡힌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낚시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가뜩이나 메말라가는 수산자원이 더욱 고갈되고 있다는 게 어업인들의 불만이다.
특히 덜 자란 치어까지 잡아들여 어종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주꾸미는 4000~5000t가량 잡혔는데 2010년 2977t으로 뚝 떨어진 후 2000t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전체 수산자원량 역시 1970년대 1440만t에 달했지만, 지난해 890만t으로 감소했고 어획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00년 이후에 110만t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5. 낚시어선이란
어획량 감소로 곤란해진 어선들은 낚싯배 영업으로 전환한다. 이번에 전복된 돌고래호 역시 낚시 어선이다. 낚시어선업은 10t 미만 어선에 낚시인을 태워 낚시터로 안내하거나, 그 어선에서 낚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소규모 연안어선을 운영하는 어업인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1996년에 도입됐다. 부업을 통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박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어업인이 낚시 어선으로 올린 수입은 총 1175억 원이다. 낚시 어선 한 척당 평균 소득액은 2700만 원으로 지난해 전체 어가 평균 소득(4101만5000원)의 65.4%에 이른다.
6. 낚시어선 이용 현황은
낚시 어선은 1998년 2628척에서 2006년 5198척까지 늘어 최대치를 기록한 뒤 어선 감척 사업 등으로 조금 줄어 지난해 기준으로 4381척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1039척으로 가장 많고 경남이 964척, 전남 777척, 인천 421척, 제주 188척으로 뒤를 이었다. 연도별 낚시 어선 이용객 수는 최근 10년간 매년 200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 수는 206만4948명으로 2013년(195만6580명)보다 5.5% 늘었다. 국내 낚시 인구가 약 600만 명대인 점을 고려하면 낚시 인구의 3분의 1가량은 낚시 어선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7. 낚시어선의 문제는
승선 정원 초과와 미확인, 과도한 음주, 무허가 영업 등 불법 운영이 골칫거리다. 이번에 사고가 난 돌고래호 역시 출항 전 제출한 승선 명부에는 22명이 기록돼 있지만, 해양경비안전본부 조사 결과 실제 승선 인원은 21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명조끼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과 미비한 규정도 문제로 떠올랐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제29조에는 낚시어선업자가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경우' 낚시 어선에 승선한 승객 등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긴 하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선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구명조끼를 입힐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8. 낚시어선의 안전 문제는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낚시 어선 안전사고는 2011년 45건, 2012년 71건, 2013년 86건, 2014년 86건, 2015년 7월 현재 70건으로 증가세를 타고 있다. 사고 유형은 좌초, 충돌, 침몰, 침수, 엔진고장 등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5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정비불량, 운항부주의, 기상악화 시 무리한 운항 등 대부분 안전불감증 때문으로 나타났다. 바다에 설치된 어망이나 폐로프도 낚시 어선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어족자원이 감소하면서 낚시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새벽 시간대에 무리하게 출항하면서 과속을 일삼는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낚시 어선 불법행위는 정원 초과 18건, 출·입항 미신고 12건, 금지구역 낚시 9건, 미신고 영업 4건, 음주운항 3건, 기타 과태료 66건 등 총 112건이다.
9. 선진국은 어떻게 하나
해외 선진국은 낚시면허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면허 수입을 통해 주정부 수입도 늘리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민물·바다낚시 면허제를 활용한다. 무면허로 낚시하다 적발될 경우 최소 25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면허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1~14일 등 단기면허는 물론 700달러가 넘는 평생면허도 있다. 불법 낚시를 할 경우 면허가 정지되기도 한다. 독일은 낚시 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은 사람에게만 민물 낚시를 허용한다. 어종과 수중생태, 낚시 도구 등에 관한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낚시면허제를 실시 중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하루 어획량과 크기, 낚시 도구까지 철저히 규제(바다낚시)하고 있다. 117명의 낚시 감시인들이 불법 낚시를 감시하는 제도도 있다.
10. 대안은 없나
정부는 낚시인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낚시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낚시면허제 대신 한 단계 완화한 '신고제' 또는 '쿠폰제' 도입을 추진키로 하고 연구에 들어갔다. 신고제는 낚시하기 전에 낚시터 소재지 시장·군수 또는 해양경찰관서에 미리 신고하는 제도다.
쿠폰제는 낚시터, 낚시 매장 등에서 쿠폰을 발급한 후 한 장씩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낚시면허제보다 규제 수위가 낮은 것이다. 자율어업관리 체제에서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수와 크기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역별로 낚시 금지기간과 어종을 설정하고 바다에 많이 버려지는 납추, 집어제, 미끼 등에 대한 환경·사용기준도 정립하기로 했다.
문화일보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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