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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by 류.. 2013. 1. 3.

 

 

 

때때로 나는 
비 내리는 쓸쓸한 오후 
커피향 낮게 깔리는 
바다 한 모퉁이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듯 
내 삶의 밖으로 걸어 나와 
방관자처럼 
나를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까닭없이 밤이 길어지고 
사방 둘러 싼 내 배경들이 
느닷없이 낯설어서 
마른 기침을 할 때 
나는 몇 번이고 거울을 닦았다 

어디까지 걸어왔을까 
또 얼만큼 가야 
저녁노을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까 

세월의 흔적처럼 
길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낡은 수첩을 정리하듯 
허방같은 욕심은 버려야지 

가끔 나는 
분주한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듯 
내 삶의 밖으로 걸어 나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박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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