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후...

by 류.. 2012. 8. 26.

 

 

 

사람 떠나고 침대 방향 바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불과 베개 새것으로 바꾸고
벽으로 놓던 흰머리 창가로 두고 잔다
밤새 은현리 바람에 유리창 덜컹거리지만
나는 그 소리가 있어 잠들고
그 소리에 잠깬다, 빈방에서
적막 깊어 아무 소리 들을 수 없다면
나는 무덤에 갇힌 미라였을 것이다, 내가
내 손목 긋는 악몽에 몸서리쳤을 것이다
먹은 것 없어도 저녁마다 체하고
밤에 혼자 일어나,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바늘로 따며
내 검은 피 다시 붉어지길 기다린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어 잊고 산다
어리석어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심하게 흔들렸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정일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내리는 날은 잠들지 못한다  (0) 2012.09.10
옛날에 나는...  (0) 2012.08.29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0) 2012.08.14
흐르는 강물처럼  (0) 2012.08.02
女子  (0) 2012.07.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