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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景

완주, 대둔산

by 류.. 2010. 8. 27.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이름 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나희덕시인의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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