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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아..아..삶이...

by 류.. 2007. 9. 13.

 

 

          절망이라고 치욕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만 말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순하게 시름처럼 아득하게 깊어질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천천히 해가 뜨고 시름처럼 하염없이 늙어가는 나무 아래선 펄펄 끓는 치욕을 퍼먹어도 좋으리 노란 평상 위에서 온갖 웬수들 다 모여 숟가락 부딪치며 밥 먹어도 좋으리 그때 머리 위로는 한때 狂暴했던 바람이 넓적한 그림자를 흔들며 가도 좋으리 시름처럼 수굿한 구름이 나무 꼭대기에서 집적대도 좋으리 그래 끝이라고 문 닫았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으리 시름처럼 따뜻하게 시름처럼 축축하게 한 시절 뒹굴뒹굴 보낸다면 얼마나 좋으리 시름의 방 속에서 어른거리는 것들의 그림자를 보는 일도 좋으리 문밖에서 휙 지나가는 도둑고양이 같은 시름들 못 본 척하는 일도 좋으리 풀섶에서 눈 번득이는 작은 짐승처럼 그저 고요히 두근거리는 일도 좋으리 그 또한 시름 같은 것
          Hime ost - It`s only the fair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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