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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릉다바 주변의 바오밥나무 |
방문을 열고 나서니 따가운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마다가스카르의 눈부신 하늘. 생텍쥐베리는 어디서 바오밥나무를 보았을까? 생텍쥐베리는 작가이자 동시에 탁월한 항공기 조종사였다. 항공기를 몰고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를 오가는 도중에 바오밥나무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어린왕자>에서는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무서운 씨앗'이라고 묘사했을까?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
무릉다바가 유명해진 것은 바오밥나무 때문이다. 물론 바오밥나무는 무릉다바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무릉다바 남쪽에 있는 무릉베 주변에 가도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건조한 남서쪽해안에서는 바오밥나무가 심심치않게 나타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바오밥나무를 보러 무릉다바에 오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릉다바 주변에 '바오밥거리'라고 이름 붙여진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한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무릉다바에서 바오밥거리까지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이곳에 가려면 택시를 대절하거나 자전거를 빌려서 타거나, 아니면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힘들고, 자전거를 타는 것도 어렵다. 무릉다바에서 바오밥거리까지는 포장도로가 아니다. 군데군데 파이고 무너진 좁은 길위로 자전거를 몰고 가려면 그 자체가 고역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바오밥거리에 걸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커다란 바오밥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그냥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바오밥나무의 그림자가 방향을 바꾸면, 나도 그 방향에 맞게 자리를 바꿔 앉아서 낮잠을 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서 바오밥거리까지 얼마나 되요?"
"무릉다바에서 한 15km정도 되지"
오전에 무릉다바 시내를 걷던 나는 시내의 한 호텔에 들어가서 다짜고짜 물어 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영어를 잘하는 호텔의 지배인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15km요? 걸어서는 갈 수 없나요?"
"걷는 것은 불가능하고, 택시 대절하는 것이 제일 좋아"
"택시 대절하면 얼만데요?"
"무릉다바에서 왕복 30000아리아리 정도"
3만아리아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15000원 정도다. 택시를 타고 그곳에 가서 바오밥나무를 구경하고,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무릉다바에 돌아오는 비용이다.
"오후 4시 정도에 가는 것이 제일 좋아"
"왜요?"
"해질 무렵의 그 거리풍경이 멋지거든"
무릉다바 주변에 위치한 '바오밥거리'
▲ 바오밥나무 |
▲ 바오밥거리 |
바오밥거리 앞에도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목재로 만든 다 쓰러져가는 건물이지만, 이 마을에도 '호텔'이라고 이름 붙여진 건물이 하나있다. 바오밥거리에서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 마을에서 하루정도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서 운전사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서 안쪽으로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바오밥거리가 나온다.
바오밥거리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허걱'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6월 말은 마다가스카르의 겨울. 바오밥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져 버린 것이다. 물론 잎이 떨어진 바오밥나무도 그 나름대로 멋지고 웅장하긴 하다. 하지만 잎이 무성하다면 더욱 볼만했을지 모른다. 지금의 바오밥나무는 마치 수도승의 대머리처럼 나무 위가 텅 비어있다.
그렇더라도 바오밥거리를 따라 늘어선 바오밥나무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워낙 독특하게 생긴 나무들이 줄지어 있기 때문에, 마치 내가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소행성 B612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왕자가 바오밥나무를 싫어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이 커다란 나무가 작은 행성에 심어져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 마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처럼, 소행성의 모습이 균형 잡히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형태가 될 것 같다.
▲ 커다란 바오밥나무 |
▲ 바오밥거리 |
악마와 연관된 전설도 있다. 바오밥나무는 아주 커다란 나무다. 오래 전에 그 주위를 걸어다니던 악마가 바오밥나무에 걸려서 넘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화가난 악마가 역시 바오밥나무를 뽑아서 거꾸로 심었다고 한다.
위아래가 뒤집힌 것 같은 바오밥나무의 전설
어느쪽 전설이건 정말 이 바오밥나무는 위아래가 뒤집힌 것 같은 특이한 모습이다. 기둥의 가운데 부분부터 줄기가 생겨나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바오밥나무는 줄기가 전부 꼭대기에 모여있다. 워낙 굵고 높기 때문에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위로 쳐들고 바라보아야 한다. 주변에 다른 나무들도 몇그루 서있다. 겨울이지만 다른 나무들은 아직도 잎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바오밥나무만 잎이 모두 떨어졌을까?
잎이 없더라도 이 바오밥나무에는 '군계일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다. 그 크기와 생김새가 주위경관을 압도하고 있다. 바오밥나무가 별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오밥나무를 한번 보고나면 다른 나무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린왕자는 그래서 B612행성에서 바오밥나무를 모두 없애려고 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어린왕자는 바오밥나무를 모두 없애지 못했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그 행성을 떠났다. 생텍쥐베리도 떠났다. 1944년 어느날, 정찰비행을 나섰던 생텍쥐베리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 채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쓴 작품 <야간비행>의 주인공처럼, 생텍쥐베리도 마지막 비행을 하며 별빛을 따라서 구름 위로 사라져 갔는지도 모른다.
바오밥거리는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커다란 나무들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걷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거리에는 가끔씩 현지인들이 한두명씩 지나다닐뿐 별다른 인적도 없다. 길지않은 거리를 걸어서 수차례 왕복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한밤중에 이 거리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해보고 싶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까? 그때가 된다면 이 거리 앞에 있는 작은 마을에 하루이틀 머물면서 바오밥거리에서 질리도록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는 운전사와 함께 걸어서 바오밥거리를 빠져나왔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택시 운전사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할 수는 없다. 나오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 바오밥거리. 나무 밑에서 택시운전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에서 펌]
아프리카 청정토양에서만 자라는 '바오밥나무(Baobab tree)
드넓은 사막에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루는 바오밥나무는 수령이 5천년에 달해
‘태초의 나무’로도 불리지만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습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아프리카인들에게 신성한 나무로 추앙받고 있다
맥주통처럼 생긴 줄기는 지름이 9m, 키가 18m에 달한다
목질(木質)의 열매는 크고 호롱박처럼 생겼으며 맛있는 점액질의 과육이 들어 있다
어떤 지방에서는 나무껍질에서 얻는 강한 섬유를 밧줄과 의류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
물을 저장하거나 일시적 은신처로 이용하기 위해 줄기에 구멍을 뚫기도 한다
바오밥의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아라비아 전설에는 "악마가 바오밥을 뽑아서
그 가지를 땅으로 밀어넣고, 뿌리는 공중으로 향하게 했다"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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