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바람결에 몸쓸리는 풀잎처럼
이 밤 뒤척이며 지샐 그대의 가슴으로
내 가슴 또한 잠 이루지 못하고
열손톱 밑 피멍울 들도록
어둠을 휘저으며
흥건히 젖어오는 그리움
흐르고 흘러 지금 이 산하
어느 풀섶엔 피처럼 붉은
풀꽃 한 송이 피고 있을 지 몰라
오, 사랑은 이렇듯
서로의 가슴이 흐르는 것
그대의 잠 이루지 못함으로
내가 잠들지 못하고
내 바람처럼 잠들지 못함으로
그대 또한 풀잎처럼 뒤척이며
그리움을 앓고 있을 이 밤
우리들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세속의 어둠 속
이 땅 어느 풀섶엔
지금 우리들의 밤처럼 하얀
-풀꽃/오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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