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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사과나무

by 류.. 2006. 9. 27.

 

 


      사과나무 정원



      내 마음의 뜰에 자라는
      한 그루 사과나무
      봄부터 이제까지 싹을 틔우고
      맑은 햇살 끌어당겨 수화 나누네
      가지와 가지 사이를 오가는 새들이
      허공 속에 푸릇한 알을 낳아 품으면
      탐스럽게 익어가는,
      소슬한 밤 뜰을 서성이노라면
      끼리끼리 붉은 사과열매 사이에
      조용히 맺히는 희고 둥근 달
      누군가의 은밀한 그리움처럼
      환하게 떴다가
      어둠과 함께 숨어버리네
      요절한 형제의 얼굴처럼,
      혹은, 이루지 못한 풋사랑의 얼굴처럼
      채 익기도 전에

      떨어져버리네

      사과를 깎다보면 느낄 수 있네
      사과 껍질 속 희고 시큼한 눈물
      보일 듯 말듯 달빛 배어있네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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