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탁’ ‘타다닥~탁!’
처음 온 사람들은 마을 앞 바닷가에 떠 있는 소등섬부터 찾는다. 소나무 몇 그루가 멋들어지게 서 있는 소등섬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물기 촉촉한 시멘트길을 따라 200m 남짓 걸어가면 한적한 작은 섬에 이를 수 있다. |
‘정남진’ 전남 장흥. 한겨울 장흥 바닷가 미각의 주제는 매생이다. 겨울 장흥 땅에 발 들여놓은 여행객치고 매생이 공세를 피해갈 사람 아무도 없다. 매생이가 뭔가? 죽이라면 죽이고 국이라면 국이며 반찬이라면 반찬인 음식이다. 12월말부터 3월초까지 식당마다 끼니마다 밥상 한복판을 장식한다. 진초록 빛깔에 걸쭉한 질감, 부드러운 맛과 향기로운 갯내음을 지녔다. 미식가들이 겨울 남도의 최고 별미로 꼽는 음식, 바로 매생이국이다. “매생이 맛있는걸 서울 사람이 다 알아놨으니 인자 물량이 딸려 큰일 나부렀소” ‘웬수’가 마을 효자로
몇년 전까지 주로 김을 양식하던 주민들에게 매생이는 “웬수 겉은” 존재였다. 김발에 매생이가 올라붙으면 그 발 주인은 사색이 됐다고 한다. 매생이가 섞인 김은 절반값도 못 받기 때문이었다. 내저리 주민 박만수(69)씨가 손을 내저으며 진저리를 쳤다. “김발에 매생이가 올라오믄, 그 발 농사는 끝나버린 것이여. 칼로 긁어내고 뜯어내도 안돼부러야.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닝께에.” 그랬던 매생이가 이젠 김과 구실을 바꿨다. 박씨가 덧붙였다. “인자는 매생이발에 김이 붙으면 난리가 나불지이.” 김이나 파래가 섞인 매생이는 값이 뚝 떨어진다. 매생이는 이제 마을 주소득원이다. 지난해 겨울 석달 작업으로 내저리 어촌계는 15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내저리 주민들은 여름엔 농사를 짓고 가을부터 매생이 채취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상강(10월23일) 전후에 대나무발을 얕은 바닷가 자갈밭에 깔아 매생이 포자 채묘작업을 한다. 한달쯤 뒤엔 수심 2~의 안바다에 말장(대나무 말뚝)을 박고, 포자가 달라붙은 발을 수평으로 묶어놓는다. 3m짜리 발 열개를 한 ‘때’ 또는 ‘척’이라고 한다. 이번 겨울 내저리 갬바우벌엔 지난 겨울보다 100여 때가 늘어난 770여 때를 ‘막았다’(설치했다).
바닷가 속풀이 음식이 한정식집 별미로
남도 어민들은 매생이를 국으로 끓여먹어 왔다. 옛날엔 돼지고기와 함께 끓여 먹었다지만, 요즘은 주로 굴을 넣어 끓인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 한그릇 후루룩 들이키면 어지간한 숙취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술 깨고 속 다스리는 덴 매생이국이 첫째여. 맛도 첫째고 영양가도 첫째랑께.” 숙취 해소말고도 위궤양·변비·혈압 강하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일부 바닷가 주민들만 즐기던 겨울 별미 매생이국이 최근 서울 등 대도시 일부 한정식집 기본 차림에 등장하면서,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겨울철 상온에서 3~5일밖에 보관이 안돼 겨울에만 먹어왔으나, 요즘은 급랭기술 개발로 사철 끓여내는 식당도 많다. 하지만 역시 음식은 제철이라야 제맛이 난다. 헝클어진 실타래가 곱게 빗은 머리 모습으로
물에 헹궈낸 매생이 덩어리 모양은 꼭 곱게 빗어넘긴 여성의 맵시있는 뒷머리를 닮았다. 이것을 한 ‘재기’(잭이)라고 한다. 한 재기는 400g. 날랜 솜씨로 재기를 만들어 쌓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딱 잡으믄 딱 400g 나와불지라.” 한 재기는 되직한 국으로 끓이면 4~5인분이다. 매생이 덩이는 상자에 담겨, 기다리고 있던 중간상인들에게 넘겨진다. 가격은 그날 작업량과 최근 수요 등을 감안해 중간상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2월3일 소매가는 3000원, 도매가는 2500원. 1월초엔 4000원 안팎이었다. 택배 주문도 받는다.
역시 시원한 ‘국’ 이 최고 녹지않게 살짝만 끓여야 매생이, 어떻게 먹나?
‘감태’도 있당께 겨울 남도 바닷가 식당에서 매생이와 함께 상에 오르는 반찬에 감태라 부르는 녹조류가 있다. 매생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매생이에 비해 올이 굵고 약간 씹히는 맛도 있다. 익혀 먹는 매생이와 달리 무쳐먹는데, 이것이 ‘감태지’다. 그러나 이 녹조류의 본명은 가시파래다. 얕은 바닷가 바닥에 붙어 서식하는 종이다. 본디 감태는 수심 30~40m 깊이의 바다속에 사는 넓적한 잎을 가진 갈조류다. 맛이 달고 향기로워 밑반찬 노릇을 톡톡히 한다. 맛·인정 넘치는 토요 상설시장 장흥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변에선 매주 토요일 낮 풍물시장이 열려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지난해 7월 재래시장을 정비해 전통 체험여행 코스로 개발한 시장으로, 볼거리·먹을거리·살거리가 푸짐하다. 매생이국·감태지는 기본이고 국숫발처럼 생긴 해조류 꼬시래기 무침과 굴 무침 등 겨울 제철 해산물들을 싼값에 만날 수 있다. 풍물놀이와 각종 전통공연, 즉석 노래자랑을 즐길 수 있다. 출향민 등의 동창모임 장소로도 활용 되는 추억의 공간이자, 군수도 매주 빠짐없이 나타나 주민과 함께 어울리는 열린 공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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