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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樂

Veinte Anos/Omara Portuondo

by 류.. 2005. 9. 8.

 

    눈 내리는 겨울 날, 시인 황동규는 펄펄 끓는 물주전자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읊조렸다.

    “난로 위에서 주전자 물이 노래하며 끓었다. / 노래로 사는 게 가장 위험하게

     사는 것. / 노래 끊기면 / 잦아들 뿐.”(詩,‘젊은 날의 결’ 중에서)

    노래로 사는 건 끓는 물주전자와 같다. 지금은 펄펄 끊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환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노래로 사는 게 가장 위험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수사적인 표현일 뿐, 일상에 지친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으로는 노래만한 것이 없다. 그러니 내 멋대로의

    독법에 따르면, 이 시가(詩歌)의 주어는 ‘노래 끊긴 삶’이요 술어는 ‘잦아들 뿐’ 이다.

    노래를 부르거나 들을 때, 간혹 나는 남자 몸에 갇힌 여자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흔히 여성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정서적 특질들이 내 음악적 성향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내가 강렬한 리듬이나 격정적인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대개의 경우 내 귀를 사로잡는 노래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내면적인 것들이다. 느슨하거나 단조롭지만 가슴을 뛰게 하는 리듬, 부드러우면서도 자극적인 선율, 천천히 젖어드는 내밀한 목소리, 그 모든 소리의

    조화가 내 감성의 가장 깊은 부분을 휘젓고 지나갈 때, 내게 있어 노래는 아편이 된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특별할 것도 없는 내 가난한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그런 의미에서 제 3세계권의 월드뮤직은 각별하다. 그리스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나 보스니아의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

    의 노래들이 그러하고, 아프리카의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혹은 칠레 피노체트 정권 시절의 빅토르 하라(Victor Jara)나 쿠바의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의 노래들이 모두 그러하다. 그것은 이들 대부분이 박해받던 시절의 민중들의 정서를 대변하거나, 거친 일상의 피로를

    노래 말고는 달리 풀어낼 길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리스 인들은 고란 브레고비치를 환호하고 보스니아 인들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에 열광한다. 사는 곳이나 믿는 바는 달라도, 노래를 통하여 각자의 가슴에 담겨있던 슬픔이 공명되기 때문이다. 발칸반도에 상존하는 적대적

    현실도 노래가 이어주는 정서의 통로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노래를 통해서 서로를 소통한다. 그리고 그 소통의 언어는 슬픔이다.

    아프리카의 세자리아 에보라나(Cesaria Evora)의 경우는 어떠한가. ‘버림받은 여자의 자립'을 보여주기 위해 맨발로 무대에 섰다는 세자리아 에보라는

    그녀의 조국 카보 베르데(Cabo Verde, 1975년에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 서안의 섬나라)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상처투성이의 아픈 가족사를

    지니고 있다. 오랜 식민지 생활, 해체된 가족, 가난, 열두 살에 치룬 첫 결혼과 세 번의 이혼, 이 모든 것들도 그녀의 고단한 인생 역정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쿠바의 오마라 뽀르뚜온도(Omara Portuondo)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쿠바미사일 사태로 전쟁이 임박했을 때, 그녀는 공연 중이던 미국 마이애미 호텔을

     떠나 조국 쿠바로 날아갔다. 그녀의 꿈은 조국과 함께하는 것이었지만 그녀에게 허락된 현실은 허름한 카페에서 하루하루를 노래로 살아가는 힘겨운 생활

    이었다. 영화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녀가 이브라힘 페레(Ibrahim Ferrer)와 함께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 세 사람 모두

    칠순 혹은 팔순이 넘었다)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Silencio(쉿!)"를 부르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가 “내 뜰에는 꽃들이 잠들어 있네....깊은 슬픔에

    잠긴 내 영혼. 나는 꽃들에게 내 아픔을 숨기고 싶네....내 슬픔을 알게 되면 꽃들도 울테니까....” 라고 노래할 때 이브라힘 페레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사랑에 대한 갈망이나 그리움 같은 보편적인 정서는 물론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그들만의 서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슬프다. 슬픔이 귀로 쏟아져 들어와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청승맞지 않다. 그들의 노래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숨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노래의 본색은 슬픔이다. 그 슬픔의 뿌리가 허망한 세월이든, 통속적인 사랑이나 이별의 정한이든, 모든 노래는 슬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느낄 수 있다. 내 마음의 프리즘을 통과한 음색의 스팩트럼은 온통 슬픔뿐이란 것을. 그러나 그 슬픔은 치유의 슬픔이다. 귀는 가락과

    장단을 따라가지만 마음은 그들이 뿌리고 가는 슬픔을 들여다본다. 슬픔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 그리고 그 슬픔과 소통하기, 그러다보면 노래로도 끝내

    떨쳐버릴 수 없는 슬픔이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구슬플수록 어두워진 마음이 환해지는 이유이다. 노래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펀글)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밴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이브라힘 페레르(보컬)가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팬들에겐 2003년 7월 콤파이 세군도(기타)

                   같은 해 12월 루벤 곤살레스(피아노)의 타계에 이은 또한번의 큰 슬픔이었다.

      현존하는 마지막 보컬리스트이자 밴드의 홍일점인 오마라 포르투온도(75, Omara Portuondo)가 11월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13인의 소속 뮤지션과 함께 내한 공연을 펼친다. 공연 제목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프레즌트 오마라 포르투온도 라이브 인 서울'.

      이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멤버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순 없지만 밴드의 홍일점인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현존 유일의 보컬리스트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국보급 보컬리스트, 쿠바 최고의 볼레르 가수, 쿠바의 디바로 불리는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지금껏 이브라힘 페레르와 함께, 혹은 솔로로 메인

      보컬을 맡았다. 이번 공연에선 2004년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됐고, 올해 빌보드 뮤직어워드를 수상한 그의 솔로음반 'Flor de Amor' 수록곡과 국내에도

      잘 알려진 히트곡 'Quizaz, Quizaz' 등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기획사인 ㈜프라이빗 커브는 "2001년 두 차례 내한 공연을 펼친 바 있으며 이번엔 오마라 포르투온도와 함께 13인의 뮤지션이 함께 온다"면서 "

      이들은 2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전통악기를 다루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밝혔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세계에서 수백만장, 국내에서도 1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며 월드 뮤직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국내에는 빔 벰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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