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도 촬영지 ‘영광’▼
화려하지는 않아도 아기자기한 맛이 넘치는 영광 지역. 영화 '마파도' 촬영장을 중심으로 법성포, 불갑사, 송이도 해수욕장 등이 오밀 조밀 모여 있다. 세트장 내 회장댁 대청에서 바라보는 칠산 바다 석양은 영광 여행의 백미다. 강병기 기자
오∼지게 빡센 섬, 마·파·도.
영화에서는 그림 같은 노을과 저녁 바다가 풍경화처럼 펼쳐진 섬이지만 마파도란 섬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섬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 곳은 내륙 해안인 전남 영광군 백수읍 동백마을.
15가구만이 사는 이 작은 해안 동네가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물어 물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다섯 과부 할머니 집과 창고, 우물 등 세트장은 다소 소박하지만 불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법성포나 불갑사,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는 해안도로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숨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마파도’와 영광지역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 마파도(동백마을) 세트장
동백 마을은 약 19km 길이의 백수해안일주도로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시원하게 이어진 백수해안일주도로도 즐겨 찾는 관광코스. 특히 해당화가 주변에 지천으로 펼쳐져 있어 푸른 바다와 함께 절경을 자아낸다.
마을에는 다섯 할머니의 집이 영화 속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겉으로만 보면 다른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에 비해 볼품없고 초라해 보이지만 할머니 집 대청에 앉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서해안 바다 풍경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회장댁(여운계)과 진안댁(김수미) 집 대청이 명당자리.
여수댁(김을동)집 대청에 앉으면 주인공 이문식이 영화 속에서 쌓다가 무너뜨린 돌담이 무너진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마산댁(김형자)이 등목 중에 이정진의 ‘거시기’를 보고 좋아하는 회장댁 수돗가도 잘 보존돼 있다.
마을 뒤로 높은 산이 동네를 품고 있어 육지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섬’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15가구뿐인 이 동네에는 실제로 과부 13명이 살고 있으며 동네 노인정도 ‘동백마을 여자노인정’이다.
이문식이 끝순이를 찾는 동굴은 세트장 근처 ‘석구미’라 불리는 곳의 작은 동굴. 단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선착장과 이문식이 벌에 쏘이는 장면은 인근 소각이도와 대각이도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넓게 펼쳐진 대마밭은 이곳에 없다. 대마밭 장면은 경기 연천군 통일전망대 부근에 있는 율무밭에서 따로 촬영했다.
○ 역사와 절경이 함께 있는 곳
영광지역은 관광지로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 눈에 ‘확’ 띄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작고 아기자기한 맛이 넘친다. 다른 유명관광지에 비해 사람이 적어 호젓한 여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불갑면에 위치한 불갑사는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절이라고 전해진다. 마라난타가 당도한 곳이 근처 법성포이고 가장 가깝고 신령스러운 산인 모악산(지금의 불갑산)에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불갑사-원불교 영산성지-소태산 박중빈 생가-보은강 연꽃 방죽 등을 돌다 보면 백제와 불교문화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송이도해수욕장은 둥근 돌들이 길이 3km의 해안에 가득한 전국 유일의 조약돌 해수욕장이다. 또 송이도와 인근 대각이도 사이 약 4km 구간은 연간 200여 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신기한 자연현상이 일어나 자연생태학습장으로도 좋다.
법성에서 홍농으로 넘어가는 산허리에는 일명 ‘숲쟁이’라 불리는 인공 숲이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주로 10년에서 300년 된 느티나무로 꾸며진 이 동산은 조선 중종 때 인근 법성진성을 축조할 때 심어졌다고 전해 오며 바로 옆에 꽃동산도 만들어져 있다.
영광 관광의 묘미는 호젓함과 함께 기대하지 않은 절경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 백수해안도로, 백로와 갈매기가 수를 놓는 칠산도, 모래미해수욕장 내 유일한 카페인 모래미리조트에서 보는 밤바다 등 아기자기한 맛이 차고 넘친다.
○ 한 상 가득한 굴비 백반
전라도 여행에서 먹을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 법성항에 가면 반드시 20∼30가지 반찬이 따라 나오는 굴비백반을 먹어봐야 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영광굴비의 본고장이 바로 법성항. 특히 4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법성항 앞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는 알을 배고 있어 가장 맛이 좋다.
조개의 일종인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도 이 지역 별미. 4, 5월에 많이 나는 백합은 탕, 죽, 구이, 회, 찜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는데 담백하고 차진 맛이 일품. 또 담석증과 간 질환에 좋고 철분과 핵산이 많아 노화 방지에도 좋다.
식도락의 취미가 있는 여행객이라면 5, 6월이 제철인 덕자찜을 먹어보자. 덕자는 남해안에서만 잡히는 병어처럼 생긴 큰 생선의 토속 이름. 여기에 밤, 대추 등과 갖은 양념을 뿌려 쪄낸 덕자찜은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이밖에 고급 요리 재료인 보리새우(6, 7월)와 대하(여름), 칠산 앞바다의 꽃게(6월경), 설도젓갈 등 철 마다 입맛을 돋워 줄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 찾아가는 길
기차역은 광주나 정읍을 이용해야 하고 영광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20차례 운행하지만 인근 관광지를 돌아보는 데는 승용차가 가장 편리하다. 서울 및 수도권을 기준으로 호남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 정도에 영광읍에 도착할 수 있다.
▽마파도 세트장=영광군청∼844번 지방도∼백수중학교를 지나 77번국도∼3km 정도 달린 후 해안 전망대 직전에 좌측으로 난 샛길로 빠지면 동백마을이 나온다. 백수중학교 앞 삼거리부터가 백수해안일주도로.
▽불갑사=영광군청∼23번 국도를 타고 불갑면, 불갑산 방향으로 직진∼불갑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하면 내산서원이 보이고 계속 직진하면 된다.
▽법성항=영광군청∼22번 국도를 타고 법성면 방향으로 직진∼법성 중학교 직전 삼거리에서 좌측 방향으로 직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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