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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 2005. 9. 24.

 

 

 

  
 

먼동이 밝아도 내 가는 곳을 모르리
애초에 아무 곳에도 목적지는 없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언제나 나는 방황의 자유를 꿈꾼다
깊이 잠든 마음의 발걸음을 흔들어 깨워
무거운 발길을 재촉하고 싶어한다

어둠이 질펀하게 내린 산 속에서
불빛만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의
그런 숨가쁜 발걸음이 아닌
봄개울의 흐르는 차가운 물길처럼
밤이슬 젖은 나뭇잎에 부서지는 달빛처럼
가을 하늘을 나는 기러기 무리처럼
가다가 없어지고, 혹은 반짝이다 부서지고
혹은 가다가 되돌아 올
그런 부질없고 허무한 발걸음

세상 길은 저승길보다 멀어 보이고
인생은 앎보다 모름이 더 많아
주리고 거친 창자 같은 내 삶의
마른 웅덩이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새로운 가치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담고 싶다
금새 사그라지는 여름 무지개처럼
잠시 머물다 이내 떠나가는 바람줄기처럼
나도 내 갈 길을 어딘지도 모른 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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