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것은
내가 멍 하니 하늘을 볼 때나
불면의 앞을 서성일 때면 분비물을 흘려
둥지 속을 들추이게 하는 고약한 습성이 있다
그러면 나는 넋잃은 사람처럼 애수를 메고
항구에 서성인다
어둠이 소리 없이 닻을 내리고
물안개가 항구를 품고 누우면
외로 누운 배들은 신경통이 도져 뒤척인다
저마다 가슴에는 갯바람을 연인인양 품은 뱃사람들
빗금 그은 좁다란 골목길
따스한 불빛 찾아 하루살이처럼 모여들고
포장마차 실내엔 언제 바닷물이 만조가 되었을까
파도 따라 갈매기소리 후득이는데
나만 적막한 섬이 되어
더 가까이 부를 수 없는 이름 앞에 서성이지만
어느 누구의 눈언저리에도 닿지 못한다
몇 몇은 채워지는 술잔만큼 하루가 무거워
자꾸만 머리가 앞으로 쏠리고
몇 몇은 달아오른 취기에
거친 언어로 연탄 석쇠 위 장어처럼 꿈틀대다가
동료 어깨에 기댄 채
풀린 길을 억지로 되감으며 사라져가고
밤이 깊어질수록
무거운 하루도 가벼워져 가는 걸까
갈매기 소리도 말줄임표를 찍어 댄다
내가 채 익히지도 않은 그리움을
마지막 잔으로 틀어넣으며 문을 밀면
항구의 불빛은 물안개같이 축축한 세상을
거뜬히 짊어지고서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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