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며칠 동안 혼자, 긴 강이 흐르는 기슭에서 지냈다. 티브이도, 라디오도 없었고,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없었다. 있는 것은 모두 살아 있었다. 음악이 물과 바위 사이에 살아 있었고, 풀잎 이슬 만나는 다른 이슬의 입술에 미술이 살고 있었다. 땅바닥을 더듬는 벌레의 가는 촉수에 사는 시, 소설은 그 벌레의 깊고 여유 있는 여정에 살고 있었다. 있는 것은 모두 움직이고 있었다. 물이, 나뭇잎이, 구름이, 새와 작은 동물이 쉬지 않고 움직였고, 빗물 이 밤벌레의 울음이, 낮의 햇빛과 밤의 달빛과 강의 물빛과 그 모든 것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이는 세상이 내 몸 주위에서 나를 밀어내며 내 몸을 움직여 주었다. 나는 몸을 송두리째 내어놓고 무성한 나뭇잎의 호흡법을 흉내 내어 숨쉬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
2013. 9. 2.